크리에이터 글 모아보기
-
2023년 06월 11일 hot
'비법인 사단' 결론 Ooki DAO, 판결 살펴보기 | DAO 시리즈 25편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 25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우키 다오(Ooki DAO)를 상대로 제시한 소송이 약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미국 연방법원은 결국 CFTC의 손을 들어줬다. 2023년 6월 8일(미국시각)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판사 윌리엄 오릭)은 판결문을 통해 "우키 다오를 캘리포니아 법과 연방 법에 따른 '비법인 사단(unincorporated association)'으로 본다(finding that Ooki DAO was an unincorporated association as defined by California and federal law)"며 "그렇기에 상품거래법(CEA) 위반 혐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우키 다오는 64만 3542달러(약 8억 4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을 뿐 아니라 웹사이트를 내리고 그 운영을 영원히 중단하게 됐다. 즉, 아무리 탈중앙화를 내세운 조직이라고 할지라도 그 성질은 법에 명시된 '비법인 사단'과 같기에 법망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의미다. 여기서 비법인 사단이란, 사단법인의 바탕이 되는 실체를 갖추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단을 뜻한다. 교회, 입주자 대표회의, 부녀회 등이 포함된다. 단체 자체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과는 또 다르다. 비법인 사단이 소송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능력(당사자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표자가 있어야만 한다. 통상 DAO는 대표자가 없이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키 다오는 어떻게 당사자 능력을 인정받은 것일까? 1. 관리인도 대표자의 명칭으로 본다. 만약 관리인을 포함한 대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직무대행자가 사단을 대표한다. 민법 제63조에 따라, 대행자마저 없으면 법원이 이해관계자나 검사의 청구에 의해 임시 대표자를 선임한다. 사실상 비법인 사단이 당사자 능력을 부정당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2. CFTC는 bZeroX의 운영자 2인이 DAO 거버넌스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프로토콜 통제권을 이전했다고 판단했다. 우키 다오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한 구성원 다수가 공동의 관리인이 된 셈이다. 그렇기에 우키 다오는 관리인(대표자)이 있는 조직으로서 비법인 사단임에도 당사자 능력을 갖춘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들 수 있다. 대체로 DAO 구성원들은 익명으로 활동한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서도 피고인은 법정에 등장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는 재판에서도 판결을 낼 수 있을까?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55조는 '궐석 재판(Default judgement)'을 명시하고 있다. 피고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다. 실제로 2017년 글로벌 게임업체 블리자드도 핵 프로그램 개발 업체 보스랜드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지연시키자 독일 법원을 통해 궐석 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사실 이전부터 CFTC의 승리가 예상됐다. 2022년 9월 CFTC는 DAO의 구성원들을 식별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우키 다오에 대해 온라인 소송을 진행했다. 출석 요구서를 온라인 포럼에 게재했으며 챗봇을 통해 소송을 개시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CFTC가 제대로 된 소송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반발했으나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의 윌리엄 오릭 판사는 2022년 10월 "(온라인 소송이) 유효하다"라고 밝혔다. 윌리엄 오릭 판사는 이번 판결을 내린 인물이다. 심지어 윌리엄 오릭 판사는 2022년 12월 한 발 더 나아가 CFTC에게 "우키 다오의 전신인 bZeroX의 공동 창업자들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소송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명령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1) DAO 구성원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프로토콜 통제권'을 가졌다고 보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로드리고 세이고 패러다임의 법률 자문이 지적한 대로, 웹사이트의 대문 이미지를 바꾸는 등 운영에는 별 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투표에만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CFTC는 당초 우키 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 모두를 소송 당사자로 삼으려고 했다. 2) DAO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상태에서 판결이 먼저 나왔다. 주 정부 차원의 DAO 법안은 있지만 아직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법안은 없는데도 DAO를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했다. 판결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이는 규제 불명확성을 심화시킨다. 3)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될 경우 앞으로 DAO들의 법적 제약이 많아진다. 비법인 사단일 경우, 보상금은 모임 전체의 소유로서 각 구성원에게 귀속되지 않는다('총유'). 그렇기에 비법인 사단에서 탈퇴하거나 그 조직에서 분리된 구성원은 보상금 분배를 요청할 수 없다. 만약 DAO가 포크를 통해 갈라질 경우 트레저리(Treasury) 배분 문제에서 골머리가 썩을 수 있다. 4) 일본이나 몰타, 미국 주 정부의 법안과는 다르게 정의됐기에 글로벌 정합성을 해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몰타는 2018년 '기술 협정(Technology Arrangements)'이라는 새로운 법적 실체를 도입하면서 DAO에 법인격을 부여하려고 했다. 일본 역시 2023년 4월 발표한 '웹3 백서'를 통해 "DAO를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할 경우 법인격이 존재하지 않기에 DAO에 대한 법적 취급이 불명확해진다"면서 유한책임회사(LLC)형 DAO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와이오밍 주와 테네시 주는 각각 2021년 7월, 2022년 4월 DAO가 유한책임회사로서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5) DAO의 유형이 크게 제한되거나 극대화된 탈중앙화를 지향할 수 있다. '비법인 사단'인 디파이 프로토콜 DAO가 상품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왔기에, 앞으로 인베스트먼트 DAO도 증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아예 사회 활동 DAO들만 생겨날 수도 있다. 반대로 디파이 프로토콜 DAO들은 메이커 다오처럼 조직을 더 작은 단위로 탈중앙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대부분의 DAO들이 점조직 형태로 움직인다면 해킹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성원들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의 의미는 분명히 있다. 바로 "탈중앙화가 규제를 피해 가는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DAO들이 개발이나 보안에는 신경 쓰면서도 컴플라이언스 부분은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 DAO들도 우키 다오 판례를 교훈 삼아 다른 법인들처럼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를 선임하고 규제 동향을 빠르게 파악해야만 할 것이다. 각 정부의 규제 망은 계속해서 가상자산 시장을 조여올 것이기 때문이다. -
2023년 04월 28일 hot
일본은 DAO에 진심이다! | DAO 시리즈 24편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 24편 그동안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존재감이 희미하다가 요새 들어 다시 각광받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및 파산 사태를 겪으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거래소에 가상자산이 상장되려면 일본 자금결제법상 자율규제 단체 인가를 받은 '암호화폐거래소협회(JVCEA)'의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처럼 상장 과정부터가 엄격하다 보니 해외 프로젝트들이 일본에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11월 FTX 파산 사태 때 일본 금융청(FSA)이 일본 법인(FTX 재팬)에 고객 자산을 보호하지 않고 임의로 회사를 매각하지 못하게끔 명령한 일로 인해 일본의 규제에 대한 인식이 전환됐다. 일본이 어느 나라보다도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가상자산 규제'에서 '웹3 생태계 육성'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웹3 생태계 전략을 민간에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이 함께 웹3 생태계를 키우려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부는 법을 만들고 민간은 그 규제 하에서 웹3를 일상에 접목하려는 것이다. 2023년 4월 13일 일본 자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는 <웹3백서> 최종본을 발간했다. 해당 백서에서 일본 정부의 DAO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해당 백서에서 DAO와 관련된 부분은 1) LLC(유한책임회사)형 DAO에 대한 특별법 제정 2) 인베스트먼트 DAO에 대한 법 제정 이렇게 두 가지다. 일본 자민당의 웹3 백서 표지 LLC형 DAO에 대한 특별법 제정 *배경 -DAO의 법상 지위 설정, 구성원의 법적 권리의무의 내용, 과세 관계 등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DAO의 법인화를 인정하는 제도의 창설을 신속하게 검토한다. -최근 지방 일자리 창출, 사회 문제 해결, 커뮤니티 운영 등 DAO의 활용 사례와 DAO의 활용을 검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 경제 지역사회 활성화의 관점에서도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DAO 구성원의 유한 책임을 보장하고 DAO의 설립·운영에 적합한 명문화된 법인·조합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판례·학설상 인정되고 있는「권리 능력 없는 사단」법리에 따라 일정한 경우에 유한책임회사로 인정되는 경우는 있지만, 법령에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DAO에 적용했을 경우 취급이 불명확한 점도 남는다. => 따라서 일본법에서 DAO의 법적 위치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권고 -DAO에 법인격을 부여할 때 기존의 다양한 법인 형태 중 소유/경영의 일치를 전제로 하고 정관 자치가 비교적 널리 인정되는 합작회사가 DAO의 실태와 비교적 친화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LLC 형태의 DAO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회사법상의 합작회사의 규율 및 금융상품거래법상의 거버넌스 토큰에 관한 규율을 일부 변경하는 것이 유력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의원 입법에 의한 법제화도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예를 들어 유한책임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직원의 성명 · 명칭 그리고 주소가 정관에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규율을 DAO에 맞춰 변경해야 한다. DAO 입법은 DAO 설립을 위한 선택권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해서다. LLC형 DAO의 입법화는 DAO 설립의 선택을 늘리는 취지이며, 그 외 형태의 DAO의 설립·활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LLC 유형 DAO를 선택하더라도 DAO의 토큰 발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해당 토큰은 일종의 LLC 회사 직원의 권리를 표방한다. 인베스트먼트 다오에 대한 법규 제정 *배경 -웹3 분야에서 투자 펀드는 시큐리티 토큰으로 구성되는데, 이런 투자 펀드는 거버넌스 토큰을 부여하는 인베스트먼트 DAO로 부분적으로 전환되며,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거버넌스 토큰 기반 투표 기능을 사용해 투자 대상을 수집하고 투자 자금을 모으는 결정하는 여러 투자 DAO가 있다. 그것에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특정한 경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일본도 다른 국가보다 앞서 (인베스트먼트 DAO에 대한) 적절한 법률 및 세금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규제 준수 의지가 강한 인베스트먼트 DAO가 일본에 모이는 환경을 조성하고, DAO의 경제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산업 기회를 포함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권고 -인베스트먼트 DAO의 유형 및 운영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을 명확히 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베스트먼트 DAO에서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의 의사소통 및 투표 행동을 과도하게 위축하지 않도록 법령 및 업무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행위 및 의결권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 백서 중 '웹3를 활용한 일본 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 지원' 항목에서도 DAO에 관련된 내용이 다시 한번 언급된다. 사령탑이 될 부처를 명확히 하고 해당 관계부처에서 웹3를 활용해 해외 진출에 관심 있는 콘텐츠 보유자 및 크리에이터에 대한 상담 창구를 설치해야 한다. 해외 웹3 관련 기업과의 매칭도 검토해야. 특히 DAO의 활용이 기대되는 영화 사업에 대해선 영화 제작위원회 DAO의 활용가능성을 조속히 검토하고 민관이 협력해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는 DAO에 진심으로 느껴질 법한 발언들도 많이 했다. 일본 디지털청 산하 '웹3 연구회'는 2022년 11월 "직접 DAO를 조직하고 운영하면서 DAO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2023년 2월 "NFT 및 DAO 등 웹3를 '쿨 재팬'을 촉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DAO를 활용해 동일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렇다면 민간에선 DAO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일본 DAO 연합'과 '아키야 다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DAO 연합은 다음과 같은 대상을 주로 겨냥하는 '웹3 온보딩 DAO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다. 크게 웹3 교육과 잡 매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2나 웹3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학생들 자체 웹3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국내외 커넥션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개발자들이 실세계에서 자체 블록체인을 배포하도록 훈련하길 원하는 DAO와 기업들 DAO 구성원들이 자체 토큰($JDA) 이외 NFT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끔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DAO 연합에서 교육을 제공하는 강사들은 학생들로부터 직접 수업료를 받지 않고 자체 NFT를 판매한다. 강사가 발행한 NFT 보유자만이 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구조다. 한 마디로, NFT 거래로 수업료 결제가 이뤄지는 식이다. 학생으로 시작했어도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면 이를 증명하는 NFT를 받고 추후 다른 강의를 개설해 자신의 NFT를 판매할 수 있다. 이때 시험에 통과해 NFT를 획득한 학생은 $JDA 토큰을 에어드롭 받을 수 있다. 잡 매칭에 지원하기 위해선 따로 '잡 NFT'를 구매해야 한다. NFT에는 구직자의 자신의 전문 분야/성과가 등록된다. 채용 제안을 올리는 기업들은 자체 토큰으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지만, 구직자가 원할 경우에는 스테이블 코인을 지급해야 한다. 출처=아키야 다오 트위터 아키야 다오는 일본 전국에 버려진 집을 복원해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다. 일본의 폐가 중 총 250채를 구입하고자 한다. 현재 아키야 다오의 구성원은 100명을 넘었다. 아키야 다오의 설명에 따르면, 교토시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아키야 다오가 운영하는 집이 있다. 해당 집은 해커하우스, 레지던스, 커뮤니티 리빙을 접목한 공간으로 꾸리겠다는 것이 아키야 다오의 목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와 민간의 DAO 관련 활동들은 짚어봤다. 우리나라에선 DAO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민간 수준에 그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선 정부가 DAO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미국의 와이오밍 주와 테네시 주에 DAO 법안이 있기야 하지만, 그 법들이 주 정부 법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강대국 중 DAO 법안을 마련한 국가는 일본이 될 것이다. 민간의 DAO들이 투자 영역에만 그치지 않고 교육 및 구직, 마을 복원 등으로 그 지향점이 다양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아키야 다오의 사례는 자칫 환경을 망칠 수도 있는 폐가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DAO 구성원들이 자금을 모아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최근의 화두인 ESG나 리파이(ReFi) 분야와도 긴밀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민간에서는 좀 더 다양한 DAO 활동을 전개하고 정부가 관련 법으로서 이를 지원해 주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
2023년 04월 20일 hot
지미 송 “법정화폐는 모든 것을 망치며, 알트코인은 아무 것도 고치지 못 한다” | KBM x 크립토서울 밋업
(지미 송은 비트코인 개발자이자, 전통을 중시하는 미국 텍사스 사람 답게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를 지향한다.) “법정화폐는 모든 것을 망친다(Fiat ruins everything).” 이날 지미 송은 밋업에서 상당히 색다른 관점에서 법정화폐를 비판했다. 법정화폐, 특히 미국 달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무분별한 발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지미 송은 법정화폐가 세상을 망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제시한다. 정경유착 부패 켄틸런 효과(Cantillon Effects; 추가 화폐 발행 효과가 사회 전반으로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머니 프린터에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은 효용을 제공하는 현상) 이런 법정화폐의 가장 큰 폐단으로 지대 추구(Rent Seeking)가 지목된다. 여기서 지대 추구란, 독과점적 지위를 얻은 누군가 별 다른 노력 없이 초과 소득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법정화폐가 정치를 경제 시스템으로 불러오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치인들이 일부에게 특정 허가를 내주면서 불공정한 관행이 생긴다. 지미 송은 지대 추구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헌터 바이든)을 제시했다. 지미 송은 그가 에너지 회사(우크라이나의 ‘부리스마’)에서 자문을 맡은 배경으로는 그의 전문성보다는 그의 출신이 더 컸을 것으로 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 이미지. 그렇다면 지대 추구는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바로 사람들의 재능을 고갈시킨다. “어린아이들 가운데 ‘나중에 투자은행(IB)에 입사하거나 FTX에서 50배 레버리지 거래를 하겠다’는 꿈을 지닌 아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런 곳으로 간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쓸모 없는 돈놀이를 위해 쓸모 있는 것에서의 재능을 빨아들인다. 결 법정화폐는 생산적인 사람들을 거머리로 만든다.” 법정화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매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정치적 연결성(Political Connectedness not Value Provided 게이트키핑 특별한 행운 또는 인맥 => 지대 추구를 누릴 수 있는 소수의 세력은 자신들만의 관문을 둔다. 이를 통과하기 위해선 특별한 행운이나 인맥을 요구한다. 지대 추구와 법정화폐는 톱 다운 방식으로 권한을 부여한다. 마치 유명화가의 서명이 새겨진 작품처럼 말이다. 지미 송은 미켈란젤로와 피카소를 비교하며 법정화폐의 톱 다운 방식을 설명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동상에 서명을 남기지 않았다. 서명이 존재한다면 작품이 작품 자체로 평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서명을 보고 ‘이것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니 훌륭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피카소는 달랐다. 자신의 서명을 작품마다 남긴 것이다. “피카소의 작품은 그 자체로 말을 하지 않는다. 피카소의 작품이기에 가격이 엄청 뛸 뿐이다. 만약 서명이 없었다면 그 정도의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법정화폐 기반 산업은 피카소의 작품과 비슷해 보인다. 경쟁을 원하지 않고, 혁신을 꾀할 이유도 없다. 디폴트 값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규제/컴플라이언스에만 돈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 지미 송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고칠 수 있는 건 오직 비트코인뿐이다. 특정 소수가 권력을 갖고 돈을 찍어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알트코인은 아무 것도 고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법정화폐와 유사하다. *작성자 주: 지미 송이 저 문장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처럼 탈중앙화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그런데 발표를 듣다 보니 드는 의문이 있었다. 헌터 바이든 사례도 그렇고, 피카소 작품 사례도 그렇고, 법정화폐뿐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 이에 지미 송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자본주의가 문제는 아니다. 자본주의는 시장을 조성하기에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자본주의가 없었다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거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과 거래를 통해 사회가 이익을 본다. 그런데 지대 추구 행위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가치를 추출해 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수 백만 달러의 돈을 찍어내는 것은 실제로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 법정화폐는 정부가 일반 사람들이 고르지 않을 법한 상품을 고르게 하면서 시장을 현저히 왜곡한다.” -
2023년 04월 18일 hot
웹3 거버넌스의 주요 목표 세 가지는? | DAO 시리즈 23편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23편 "거버넌스란, 누구에게 힘을 분배하며, 누가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의미한다." -앤디 홀, 스탠퍼드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그간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단어를 수 차례 언급했다. 이처럼 DAO와 거버넌스는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다. 어떤 거버넌스를 갖추느냐에 따라 DAO의 탈중앙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DAO냐에 따라 다른 조직과는 다른 거버넌스를 채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비트럼(Arbitrum)은 이더리움의 확장성 솔루션(레이어2) 프로젝트라는 속성으로 인해 제안을 '비헌법적인 제안(non-constitutional proposal)'과 '헌법적인 제안(constitutional proposal)'으로 구분한다. 헌법적인 제안은 통과될 경우 레이어2 체인에 기록되지만 비헌법적인 제안은 그렇지 않다. 비헌법적인 제안은 트레저리(금고) 지출 등 블록체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른 DAO에서는 단순히 스마트 계약으로 바로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텍스트 제안/스마트 계약 제안'으로 구분하는 것과는 다르다. (텍스트 제안들도 투표를 통과하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실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비트럼이 '비헌법적인 제안/헌법적인 제안'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거버넌스를 설정한 이유는 아비트럼에 영향을 주는 제안들(업데이트 등)은 아비트럼과 연결된 이더리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와 달리 트레저리 지출은 이더리움과 관계없이 아비트럼 DAO를 위한 것인 만큼 따로 분리한 것이다. 이처럼 DAO의 목표를 위해 어떤 거버넌스를 구축할지야말로 DAO를 설립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다. 거버넌스 토큰을 활용할지 아닐지 여부는 그다음에 고려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DAO 거버넌스로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앤디 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는 <웹3 기업가 정신> 세미나에서 그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제시한다. 1) 검열 저항성 2) 이용자 수요 창조 3) 신뢰 형성 앤디 홀 교수는 실제 사례를 통해 DAO들이 거버넌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검열 저항성 사례-메이커다오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16편에서 메이커다오가 '엔드 게임' 제안을 실행한 이유를 짚어본 바 있다. 메이커다오는 '엔드 게임' 제안 이전부터 검열 저항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추구해 왔다. 대표적으로 재단(foundation)을 해체하고 DAO로 전환했으며, 이후 DAO에서 실무 부서 역할을 하는 코어 유닛(core unit)조차 하위 DAO(sub DAO)로 대체하는 등 탈중앙화적인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 코인 DAI의 담보를 관리하는 코어 유닛이 공격이나 정부 규제를 받을 경우 메이커다오의 생태계가 멈출 수 있다는 '단일 실패 지점'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다. 또한, 메이커다오 커뮤니티는 "특정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코어 유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합의를 형성하고 있다. 그전부터 메이커다오 커뮤니티는 "코어 유닛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쟁을 펼쳤으며, 일부 코어 유닛이 아닌 커뮤니티가 DAO를 이끄는 구조를 지향해 왔다. DAO의 규모가 커질수록 구성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위임(Delegation) 제도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위임이란, 구성원 A가 믿을 만한 구성원 B에게 거버넌스 토큰을 스테이킹하면 B가 A의 몫까지 표를 행사하는 제도다. 이용자 수요 창조-나운스다오 나운스다오는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DAO에 참여하게 하면서 이로 인해 DAO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채택한다. 나운스다오는 자체 NFT(대체불가능토큰)인 'NOUN'을 매일 경매에 부친다. 2023년 4월 17일 기준 681번째 NOUN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가장 높은 입찰가는 22.43 ETH다. NOUN NFT를 획득한 사람은 나운스다오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하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대부분의 DAO들과는 조금 다르다. 앤디 홀 교수에 따르면, 이런 나운스다오의 방식이 힙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NFT에 대한 입찰가가 높아지고 NFT를 판매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트레저리 규모가 확대되는 선순환이 발생했다. 나운스다오는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NFT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내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신뢰 구축-라이도 파이낸스 & 옵티미즘 라이도(Lido) 파이낸스는 이용자 유입보다도 "라이도 파이낸스가 이더리움의 지분증명(PoS) 알고리즘을 손상시키지 않는다"에 대한 신뢰가 필요했다. 이더리움 샤펠라 업그레이드가 완료되기 전인 2023년 3월 24일 기준 라이도 파이낸스에 스테이킹된 ETH는 전체 스테이킹된 물량의 31%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라이도 파이낸스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중앙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봉착했다. 이에 라이도 파이낸스는 라이도에 ETH를 스테이킹하고 증표인 stETH를 받아간 사람들도 LDO 토큰 보유자들처럼 거버넌스에 참여하게끔 했다. 'LDO+stETH 이중 거버넌스'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이는 'stETH 보유자는 이더리움의 PoS 시스템이 건전하게 운영되길 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체로 이더리움이 보다 발전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기 때문이다. 이중 거버넌스를 도입하면 stETH 보유자들이 LDO 보유자들을 견제할 수 있다. LDO 보유자들은 이더리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라이도 파이낸스의 발전과 LDO 가격 향상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라이도 파이낸스 DAO에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이도 파이낸스에 ETH를 위임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통과된다면 장기적으로는 LDO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라이도 파이낸스에 위임된 물량 비중이 50%를 넘어간다면 이더리움 생태계는 더욱 중앙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stETH 보유자들이 라이도 파이낸스 거버넌스에 참여한다면, 이런 제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출처=앤디 홀 스탠퍼드 교수 발표 자료 옵티미즘(Optimism)은 라이도 파이낸스와는 결이 다른 '양원제'를 채택한다. 옵티미즘과 자주 비교되는 레이어2 프로젝트 아비트럼과도 완전히 다른 거버넌스를 활용하고 있다. 옵티미즘 네트워크에서는 주요 기여자들이 의사 결정 조직에 참여한다. 해당 조직은 네트워크 기여도에 대한 평가 기준, 트레저리 지출 등을 결정한다. 다만, OP 토큰을 다량 보유했다고 해서 해당 조직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옵티미즘 네트워크에 기여하고 참여한 것에 대한 트랙 레코드를 남겨야 하며, 그것이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출처=앤디 홀 스탠퍼드 교수 발표 자료. 이번 글에서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웹3 기업가 정신> 세미나 중 '거버넌스 편'을 인용해 DAO 거버넌스의 주요 목표 세 가지를 짚어봤다. 그동안 대부분 DAO를 설립하려는 사람들은 DAO를 어떤 도구로 만들지를 우선 고민하고 어떤 거버넌스를 채택할지는 후순위에 뒀다. 그리고 대체로 거버넌스 토큰 기반의 거버넌스를 채택했다. 별 다른 고민 없이 남들이 한다고 해서 거버넌스 토큰 기반 거버넌스를 도입할 경우, 거버넌스 토큰을 대량으로 매입한 누군가가 "자신에게 컨설팅 비용으로 500만 달러를 지불하라"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 만약 해당 DAO가 아비트럼, 옵티미즘 같은 레이어2 프로젝트라면, 엉뚱한 제안으로 인해 메인 체인(이더리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DAO를 만들기 전에 거버넌스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웹3+거버넌스 = 권력을 탈중앙화시키는 힘'이며, 거버넌스는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한 핵심 약속이자 중요한 도전이다." -앤디 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 -
2023년 04월 07일 hot
[방구석 리서치] 아비트럼 ‘AIP-1’ 논란을 통해 들여 본 ‘웹3 거버넌스’
대표적인 레이어2 프로젝트 ‘아비트럼’이 DAO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논란을 겪고 있다. 아비트럼 재단이 커뮤니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AIP-1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아비트럼 DAO의 구성원인 블록웍스 리서치가 “‘행정 예산’인 ARB 토큰을 책임지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처럼 아비트럼 커뮤니티는 ‘재단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AIP-1은 아비트럼 DAO 트레저리(Treasury)에 할당된 35억 개의 ARB 토큰 중 7억 5000만개를 재단의 행정 예산(administrative budget) 중 ‘특별보조금(Special Grants)’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재단이 “별도 온체인 거버넌스를 거치지 않고 운영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뿐만 아니라 투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재단이 ‘특별보조금’ 중 5000만 개 ARB 토큰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AIP-1에 대한 투표는 3월 28일(미국시각)에 시작해 4월 4일(미국시각)에 끝났다. 재단이 ARB 토큰을 매도한 시점은 4월 2일(미국시각)로, 투표가 종료되기 이틀 전이었다. 심지어 그 당시에도 반대 응답률이 77%로 과반수를 넘은 상태였다. 아비트럼 재단은 (1) ARB 토큰 5000만 개 매도 (2) AIP-1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그 내용을 시행한 이유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재단은 토큰을 판매한 적이 없다. 5000만 개 중 4000만 개는 시장조성자(MM) ‘윈터뮤트’ 등에 대출했고 그중 1000만 개만 운용 비용을 위해 현금(스테이블 코인)으로 전환했다” “AIP-1은 실제 제안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내용을 비준(ratification)한한 것이었다” 이번 <방구석 리서치>는 아비트럼 재단의 행동이 자신들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위배하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아비트럼의 비헌법적인 제안? 아비트럼 거버넌스에는 다른 DAO 거버넌스와 다르게 ‘비헌법적인 제안(Non-constitutinal AIP)’이 존재한다. 아비트럼 거버넌스 소개 글에 따르면, 비헌법적인 제안은 체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로 제한된다. ‘트레저리 지출’이 대표적인 비헌법적인 제안에 속한다. 아비트럼 생태계는 ‘아비트럼 원’과 ‘아비트럼 노바’ 이렇게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그중 아비트럼 관련 거버넌스 제안은 ‘아비트럼 원’에 배포된다. ‘아비트럼 원’의 거버너 계약(Governor Contract)를 활용하는데,비헌법적인 제안과 헌법적인 제안을 구분하기 위해 아비트럼은 거버너 계약을 두 개로 분리한다. 하나는 비헌법적인 거버너 계약, 나머지는 헌법적인 거버너 계약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통과된 투표에 대한 트랜잭션 값을 레이어2 타임락에 직접 올릴 수 있는지 여부다. 헌법적인 거버너 계약을 토대로 한 헌법적인 제안은 투표에서 통과될 경우 레이어2에 기록되지만 비헌법적인 제안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구분한 이유는 아비트럼이 레이어2 프로젝트라는 특징 때문이다. 헌법적인 제안은 위에서 언급했듯 투표에서 통과된 이후 (1) 레이어2에 기록되기까지 3일의 대기 시간을 가진다. 이후 (2)레이어2에서 레이어1으로 메시지가 전송되고 (3) 레이어1에서 또 다시 3일 동안 대기한 후 (4) 마침내 실행된다. 그러나 비헌법적인 제안은 (1)~(3)의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바로 실행된다. 비헌법적인 제안은 ‘투표 가능한 토큰 중 최소 3%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면 통과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그렇다면 AIP-1이 찬성표 12% 이상을 받았기에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두 번째 조건이 있어서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한다’. 즉, AIP-1은 트레저리 관련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헌법적인 제안으로 볼 수 있을 듯하지만, 그럼에도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많다는 점에서 실행되서는 안 됐다. 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문서에는 투표 기간을 14일로 명시했으나 실제로는 7일 만에 투표가 종료됐다. 결국 아비트럼 재단은 AIP-1을 실행하기 위해 “AIP는 제안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투표자 피로(Voter Fatigue) 방지? 아비트럼 다오 포럼에 따르면, 아비트럼 재단의 패트릭 맥코리(Patrick McCorry는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보안 위원회’, 투표 매커니즘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별보조금을 재단의 권한으로 할당할 수 있게 한 것은 ‘투표자 피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자 생태계 경쟁력의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아비트럼의 특성을 고려하면 모든 사안을 투표로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비트럼 DAO가 하위 다오(Sub DAO)의 형태로 ‘보안 위원회(Security Council)’를 둔 점도 그 이유에서다. 보안 위원회는 비상 시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멀티시그 12개 중 9개와 DAO 투표를 거치지 않는 일상적인 업그레이드를 담당하는 멀티시그 12개 중 7개로 구성된다. 매번 비상 사태 때마다 DAO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비트럼 다오는 ‘위임(delegation)’ 시스템을 두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일일이 투표해야 하는 문제와 투표 의사가 없는 구성원의 토큰까지 정족수에 포함하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토큰을 위임 받으려는 사람들은 아비트럼 다오 포럼에 프로필을 생성하고 자체 위임 플랫폼을 개설해야 한다. 2023년 4월 7일 기준 2억 2296만 개 ARB 토큰이 위임된 상태이며, 트레저 다오가 가장 많은 토큰(2135만 개)의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아비트럼 다오는 제안서가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 가능한 ARB 토큰 500만 개를 위임 받은 구성원만이 제안서를 낼 수 있게끔 제한을 두고 있다. 이처럼 아비트럼 다오는 투표자들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AO, 최선의 선택이었나? 그럼에도 아비트럼에 DAO 거버넌스가 필수적인지 여부에는 의문이 남는다. 아비트럼 재단이 아비트럼 다오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트레저리 할당에 대한 안건을 ‘제안’이 아닌 ‘비준’으로 간주한 점에서 DAO의 탈중앙화적 성격과 투명성이 훼손됐다. 다른 DAO들은 트레저리 관련 내용도 무조건 투표로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코스모스는 ATOM 토큰을 추가 발행해 생태계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는 내용(82번 제안)을 투표에 부쳤고, 해당 제안은 ‘제안 무효화(No With Veto)’를 37.39%나 받아 거부됐다. 이는 코스모스 거버넌스에 “제안 무효화 득표 율이 33.4%를 넘기면 그 제안은 통과될 수 없다”는 내용에 의거한 것이다. 제안을 낸 사람이 코스모스 생태계를 주도하는 세력인 인터체인 파운데이션(ICF) 소속이었어도 커뮤니티 결정을 따라야 했다. 또한, 아비트럼이 이더리움의 확장성 솔루션이라는 특징으로 인해해 커뮤니티의 합의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당분간 “DAO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거버넌스 투표가 의미 없다면 ARB도 투기성 가상자산에 불과하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힘을 갖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는지’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웹3 거버넌스란, “권력을 탈중앙화시키는 것”이다. 검열 저항성이 필요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앤드류 홀 정치학과 교수는 “DAO를 설립할 때 ‘거버넌스가 무엇을 해결하기를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일부는 거버넌스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웹3에서 쿨하다’는 이유로 거버넌스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비트럼이 과연 앤드류 홀의 비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처] 아비트럼 비헌법적인 제안 관련: 아비트럼 헌법) https://docs.arbitrum.foundation/dao-constitution 아비트럼 하위 다오 이미지: 메사리) https://messari.io/report/governor-note-the-launch-of-arbitrum-governance 패트릭 맥코리 멘트: 아비트럼 포럼) https://forum.arbitrum.foundation/t/clarity-around-the-ratification-of-aip-1/12864 아비트럼 딜리게이트 현황: 아비트럼 웹사이트) https://www.tally.xyz/gov/arbitrum/delegates 아비트럼 다오에 대한 비판: https://protos.com/opinion-arbitrum-misunderstands-the-definition-of-proposal-and-dao/ -
2023년 04월 02일 hot
인공지능(AI)을 DAO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 DAO 시리즈 22편
DAO, 조직문화를 바꿔다오! 22편 챗GPT로 인해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상하면서 동시에 AI가 일자리의 대부분을 대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챗GPT가 코드를 짜거나 틀린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개발자들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DAO에서는 AI를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표적으로 싱귤러리티 DAO를 예로 들 수 있다. 싱귤러리티 DAO는 AI가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투자자가 그 정보를 활용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프로토콜이다. 이용자들은 싱귤러리티 DAO 자체 AI인 ‘다이나셋(DynaSets)’ 기반 ‘다이내믹 애셋 매니저(Dynamic Asset Manager)’가 추천하는 BTC(비트코인) 추종 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다른 DAO처럼 거버넌스 토큰(SDAO) 보유자들은 프로토콜 변경 제안에 투표할 수 있다. 이외 AI와 가상자산을 접목한 프로젝트 전용 런치패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싱귤러리티 DAO는 AI를 활용한 DAO라고 보기는 어렵다. AI 기반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DAO 거버넌스에 AI가 적용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DAO 포럼을 보면 ‘다이나셋’에 어떤 자산을 포함시킬지 등의 제안이 올라오긴 한다.) 그렇다면 AI를 어떻게 DAO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 오션 프로토콜 소속 트렌트 맥코나기(Trent McConaghy)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1. 스마트 계약의 에지(데이터가 발생하는 곳)에 AI 적용 2. 스마트 계약의 중심에 AI 적용 3. 군집 지능(Swarm intelligence) 첫 번째 방식의 DAO에서는 실제 인간 대신 AI가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미래 사건의 결과를 미리 내다보는 예측 시장(predictive market)처럼 의사결정을 위해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서 이런 DAO를 구상할 수 있다. 해당 DAO는 그동안 DAO에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던 문제를 해결 가능하다. 두 번째 방식의 DAO에서는 AI가 스마트 계약의 핵심이다. AI로 뒷받침되는 스마트 계약은 피드백 루프(어떤 시스템에서 처리 결과의 정밀도, 특성 유지를 위하여 입력, 처리, 출력, 입력의 순으로 결과를 자동적으로 재투입하도록 설정된 순환 회로)를 통해 업그레이드되는 인공일반지능(AGI)과 유사하다. 인공일반지능은 전방위의 요청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그간 감정 분석, 요약, 문장 생성 등의 요청을 해내기 위해선 각각의 AI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하나의 모델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AGI다. 예를 들어 패션 제조업체에서 마케팅 전문 AI DAO에 마케팅을 의뢰하는 경우 해당 DAO는 어떤 사람들이 그 상품을 가장 잘 마케팅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자동으로 마케팅 요청과 의뢰비를 전송하는 식으로 다방면의 과제를 해결한다. 스마트 계약 에지에 AI를 적용한 모델(좌)과 스마트 계약 센터에 AI를 적용한 모델(우) 마지막으로 군집 지능이다. 여기서는 스마트 계약으로만 이뤄진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벌이나 개미 등 군집으로 활동하는 곤충들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인데, 별개의 AI 에이전트(시스템)는 개미처럼 단순하지만 그들이 모이면 벌집을 짓는 것만큼 복잡한 행동을 해낸다. 군집지능 이미지 위의 글처럼 DAO 구성 측면에 AI를 적용하는 것 외에 거버넌스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우선 챗GPT를 활용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DAO의 거버넌스와 토크노믹스를 설계할 수 있다. (챗GPT를 활용한 DAO 토크노믹스와 거버넌스 설계 방법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면 좋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AGI를 더 잘 활용하면, AI가 사람이 잡아내기 어려운 사소한 소스코드 오류(세미콜론(;)을 콜론(:)으로 잘못 기입하는 등의)를 파악하고 오류 개선에 대한 내용을 투표 즉시 바로 실행이 가능한 제안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그 경우 투표에 참여하는 DAO 구성원들이 한 번 더 소스코드를 검증하면서 DAO 내에서 오딧(Audit)까지 자체 수행하는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챗GPT를 활용한 것으로 주장하는 DAO도 존재한다. AI DAO 네트워크는 웹사이트에 “오픈 AI의 챗GPT를 토대로 한 디파이 프로토콜”이라고 명시한다. 다만, 아직까지 해당 DAO의 지향점이 명확해 보이진 않는다. AI DAO 네트워크는 조만간 백서의 최신판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글은 AI를 DAO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를 살펴봤다. 현재까지는 AI와 DAO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AI와 가상자산이 접목된 프로젝트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AI가 핵심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DAO들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2023년 03월 28일 hot
[방구석 리서치] 분산 밸리데이터 기술-DVT- 톺아보기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합의 알고리즘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된 이후 ‘중앙화’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진다. 여기서 ‘중앙화’란 위임받은 ETH가 많은 소수의 밸리데이터(리도 파이낸스, 코인베이스 등)가 다른 밸리데이터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 이더리움이 완전히 PoS로 전환되기 전(‘더 머지’ 업그레이드 이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스테이킹할 수 있는 최소 수량은 32 ETH였다. 2023년 3월 24일 기준 1 ETH가 약 24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7680만 원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이 오롯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바로 가상자산 거래소나 디파이 플랫폼의 스테이킹 서비스다. 이용자들이 소량의 ETH를 플랫폼에 위임하고 해당 플랫폼은 이더리움 노드를 실행하고 그렇게 모은 32 ETH를 예치해 밸리데이터를 활성화한다. 물론 밸리데이터가 블록 생성 타이밍을 놓치는 등 네트워크에 피해를 입힐 경우 ‘슬래싱(삭감)’이라는 벌칙을 받게 되며, 해당 밸리데이터에게 위임한 이용자의 자산 역시 일부 또는 전체 삭감된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검증된 것으로 여겨지는 밸리데이터에게 스테이킹 물량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2023년 3월 24일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총 1780만 개 ETH 중 리도 파이낸스(0xF82aC5…, 0xb049e… 등)가 스테이킹한 물량(총 560만 개 ETH)의 비중은 31%에 달한다. 또 다른 유동성 스테이킹(Liquidity Staking) 플랫폼 ‘로켓 풀’의 비중은 2%로 집계된다. 이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비중은 12%, 크라켄 7%, 바이낸스 6% 순이다. 나머지 비중이 9%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리도 파이낸스 등을 포함한 9개 밸리데이터에게 91%의 물량이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상하이 업그레이드가 내달로 다가오면서 중앙화 현상이 다소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상하이 업그레이드가 성공한 이후에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32 ETH를 스테이킹한 이용자들이 자금을 인출할 수 있게 된다. 상하이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크게 화제가 되는 키워드는 2가지다. 유동성 스테이킹 파생상품 (Liquidity Staking Derivatives,LSD) 분산 밸리데이터 기술(Distributed Valitor Technology, DVT) 유동성 스테이킹은 ETH를 스테이킹하면 하락장이 와도 당장 그만큼의 ETH를 처분할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나온 개념이다. ETH를 스테이킹한 이용자에게 일종의 어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리도 파이낸스는 이용자에게 ETH를 스테이킹한 수량만큼의 stETH라는 토큰을 제공한다. 유동성 스테이킹 업체들은 스테이킹된 ETH 총량과 어음 토큰(stETH 등) 발행량과 같게 유지하기에 보통은 1 ETH와 1 어음 토큰의 가격이 동일하다. 그러나 이는 스테이블 코인과는 다르다. 정상적인 스테이블 코인이 1 달러에 페깅(pegging)되는 것과는 달리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은 그 수요와 공급에 따라 1 ETH와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유동성 스테이킹 플랫폼으로는 리도 파이낸스, 로켓 풀 등이 존재한다. 코인베이스도 2022년 8월 cbETH(Coinbase Wrapped staked ETH)를 출시한 바 있다. 상하이 업그레이드가 성공하면 자금 인출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해 유동성 스테이킹 파생상품의 청산이 가능해지면서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생태계의 다각화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더리움 생태계 내 스테이킹 비중은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비해 낮은 편이다. 테조스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토큰 물량은 전체의 77%로, 그 비중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중 가장 높다. 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토큰 물량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이더리움 밸리데이터 중 하나인 비트코인 스위스(Bitcoin Suisse)는 분산 밸리데이터 기술(DVT)이 스테이킹 중앙화,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s of failure), 슬래싱 위험성을 낮추고 리스테이킹(re-staking)을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연 이자율(APR)을 높일 것으로 진단한다. (여기서 단일 실패 지점은 밸리데이터가 자신의 프라이빗 키를 분실한 경우 밸리데이터에게 자금을 맡긴 이용자들도 자신의 자금을 찾을 수 없게 되는 위험성을 의미한다.) 이번 <방구석 리서치>에서는 DVT가 어떻게 이더리움의 중앙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DVT는 밸리데이터가 여러 노드에게 블록 생성 의무를 나눠줄 수 있게 하는 오픈소스 형태의 프로토콜이다. 그 의무를 받은 노드가 오프라인 상태가 되거나 오류가 생길 경우 밸리데이터가 이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결함성을 제공한다. 만약 블록 생성 의무를 분배 받은 노드 중 33% 미만이 오프라인 상태가 된다고 해도 나머지 노드가 유효한 서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 DVT를 구성하는 기술은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다. 분산 키 생성 샤미르의 비밀 공유 다자간 연산 비잔틴 장애 허용 분산 키 생성은 단일 구성원이 프라이빗 키를 제어할 수 없게끔 하는 기술로, 모든 구성원들이 프라이빗 키를 분배 받는다. 모두가 같은 프라이빗 키를 암호화된 형태로 받는다는 점에서 여러 명이 각자의 프라이빗 키로 동시에 서명해야 하는 멀티 시그(multi-sig)와는 다르다. 그중 비신뢰형(trustless) DKG는 샤미르의 비밀 공유를 생성한다. 샤미르의 비밀 공유는 프라이빗 키를 분배 받은 n명 중 임의의 참여자(t+1 < n)가 프라이빗 키를 복원할 수 있게 하는 이론이다. 다만, 참여자들은 프라이빗 키 자체는 알 수가 없다. 참여자들이 샤미르 비밀 공유 값을 공개하고 프라이빗 키를 복원한 후에야 트랜잭션에 서명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여러 명이 나눠 가진 조각을 합쳐야만 ‘프라이빗 키’라는 퍼즐이 완성되는 셈이다. 다자간 연산(Multi Party Computation)은 암호화를 통해 여러 구성원에게 연산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이 또한, 여러 명이 동시에 서명해야 하는 멀티 시그와 유사해 보인다. 멀티 시그는 서로 다른 프라이빗 키로 생성된 온체인 서명이 필요하지만, MPC는 오프체인에서 생성된 단일 서명을 요구한다. 오프체인 서명이기에 분산원장에 기록되지 않아 프라이버시를 강화할 수 있으며, 별도 네트워크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잔틴 장애 허용(BFT)은 비잔틴 장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참여자 중 3분의 2가 정상 작동한다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합의 알고리즘이다. DVT에서는 BFT를 토대로 하나의 노드를 ‘리더’로 선택하고 만약 그 리더가 오프라인 상태가 되거나 손상되면 12초 이내 다른 노드에 역할을 다시 할당한다. 이처럼 DVT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Obol과 SSV가 있다. Obol이 비허가형(permissionless) 오픈소스 프로토콜이라면, SSV는 허가형(permissioned) 개인간(P2P) 네트워크 레이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Obol 네트워크에서는 실행(Execution) 클라이언트, 합의 클라이언트, 분산 밸리데이터 클라이언트, 밸리데이터 클라이언트가 하나로 모여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한다. 클러스터 규모에 따라 온라인 상태여야만 하는 분산 밸리데이터 수는 다음과 같다. Obol 네트워크에선 탈중앙화 네트워크와는 다른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함으로써 슬래싱 리스크를 줄인다. 통상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는 가십(Gossip) 프로토콜을 채택한다. 가십 네트워크는 내결함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 장점이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만약 한 노드가 잘못된 메시지를 전파할 경우 다른 노드들이 그 메시지대로 수행하고, 그 행위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Obol 네트워크는 이런 가십 프로토콜이 ‘단일 실패 지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Obol 네트워크에서는 TCP를 활용함으로써 클러스터들은 각자 메시지를 업그레이드한다. 예를 들어 한 클러스터가 악의적인 정보를 퍼트린다고 해도 이를 다른 클러스터가 무작정 나르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악의적이거나 잘못된 정보가 배포된 데 따른 슬래싱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SSV는 두 가지 레이어로 작동된다. SSV P2P 네트워크 레이어와 이더리움 콘트랙트 레이어다. SSV P2P 네트워크 레이어는 실행(Execution) 레이어로서 밸리데이터가 운영되고 이더리움 스마트 콘트랙트에서 밸리데이터 키 공유 할당을 읽어온다. 이더리움 콘트랙트 레이어는 SSV 토큰 보유자들이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에 필수적이다. SSV는 허가형(Permissioned) 플랫폼으로, ETH 스테이킹 플랫폼 업체 중 SSV 네트워크 밸리데이터 운영자로 등록해야 한다. 이런 다중 운영자 시스템을 토대로 노드들이 신뢰 없이 작동될 수 있게 한다. 밸리데이터는 밸리데이터 운영자에게 SSV 토큰을 지불하고 밸리데이터 운영자는 그 보상으로 ETH를 받아 밸리데이터에게 지급한다. SSV는 비수탁형(non-custodial) 기술을 바탕으로 완전히 신뢰를 요구하지 않는(trustless) 유동성 스테이킹을 가능하게 한다. SSV 네트워크도 Obol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오퍼레이터 노드가 각자 트랜잭션을 검증하기 때문에 단일 노드에서 발생한 위변조 행위가 다른 노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DVT는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에서 스테이킹의 중앙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미들웨어로서 활용될 것이다. 서로 다른 유동성 스테이킬 프로토콜끼리 분산 밸리데이터 클러스터를 구성해 DVT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 DVT를 적용하면 다운타임과 슬래싱 리스크를 줄여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 운영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각 운영자별 단일 실패 지점을 제거해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이 또 다른 위험을 떠안을 필요 없이 오퍼레이터 풀을 구성할 수 있게 한다. 클라이언트 구성과 지역을 다각화해 관련 위험을 감소하며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이 보다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상하이 업그레이드 이후 유동성 스테이킹과 더불어 분산 밸리데이터 기술(DVT)이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니 그 이전부터 DVT 관련 종목을 파악해두는 것이 좋겠다. SSV(ssv.network)는 자체 토큰 SSV를 발행했으며, 해당 토큰은 바이낸스, 쿠코인, 유니스왑에 상장됐다. 다만, Obol Labs는 아직 자체 토큰에 대한 ICO를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OBOL은 다른 프로젝트의 토큰이다. [출처]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 비중 관련: 난센) https://pro.nansen.ai/eth2-deposit-contract 이더리움 스테이킹 APR 관련: 이더리움 재단) https://ethereum.org/en/staking/ 테조스 및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 비중 비교: 비트코인 스위스) https://www.bitcoinsuisse.com/research/decrypt/season-2022/shanghai-upgrade-for-investors DVT 기술 관련: 판테르 프로토콜 블로그) https://blog.pantherprotocol.io/understanding-distributed-validator-technology-dvt/ 앵커 블로그) https://www.ankr.com/blog/trustless-liquid-staking-removing-intermediary-risk-with-ssv-technology/ 오볼 DOCS) https://docs.obol.tech/ SSV 네트워크 DOCS) https://ssv.network/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