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4월 07일 03:05

[방구석 리서치] 아비트럼 ‘AIP-1’ 논란을 통해 들여 본 ‘웹3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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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레이어2 프로젝트 ‘아비트럼’이 DAO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논란을 겪고 있다. 아비트럼 재단이 커뮤니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AIP-1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아비트럼 DAO의 구성원인 블록웍스 리서치가 “‘행정 예산’인 ARB 토큰을 책임지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처럼 아비트럼 커뮤니티는 ‘재단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AIP-1은 아비트럼 DAO 트레저리(Treasury)에 할당된 35억 개의 ARB 토큰 중 7억 5000만개를 재단의 행정 예산(administrative budget) 중 ‘특별보조금(Special Grants)’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재단이 “별도 온체인 거버넌스를 거치지 않고 운영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뿐만 아니라 투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재단이 ‘특별보조금’ 중 5000만 개 ARB 토큰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AIP-1에 대한 투표는 3월 28일(미국시각)에 시작해 4월 4일(미국시각)에 끝났다. 재단이 ARB 토큰을 매도한 시점은 4월 2일(미국시각)로, 투표가 종료되기 이틀 전이었다. 심지어 그 당시에도 반대 응답률이 77%로 과반수를 넘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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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트럼 재단은 (1) ARB 토큰 5000만 개 매도 (2) AIP-1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그 내용을 시행한 이유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1. “재단은 토큰을 판매한 적이 없다. 5000만 개 중 4000만 개는 시장조성자(MM) ‘윈터뮤트’ 등에 대출했고 그중 1000만 개만 운용 비용을 위해 현금(스테이블 코인)으로 전환했다”
  2. “AIP-1은 실제 제안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내용을 비준(ratification)한한 것이었다”
이번 <방구석 리서치>는 아비트럼 재단의 행동이 자신들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위배하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아비트럼의 비헌법적인 제안?

아비트럼 거버넌스에는 다른 DAO 거버넌스와 다르게 ‘비헌법적인 제안(Non-constitutinal AIP)’이 존재한다. 아비트럼 거버넌스 소개 글에 따르면, 비헌법적인 제안은 체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로 제한된다. ‘트레저리 지출’이 대표적인 비헌법적인 제안에 속한다.

아비트럼 생태계는 ‘아비트럼 원’과 ‘아비트럼 노바’ 이렇게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그중 아비트럼 관련 거버넌스 제안은 ‘아비트럼 원’에 배포된다. ‘아비트럼 원’의 거버너 계약(Governor Contract)를 활용하는데,비헌법적인 제안과 헌법적인 제안을 구분하기 위해 아비트럼은 거버너 계약을 두 개로 분리한다.

하나는 비헌법적인 거버너 계약, 나머지는 헌법적인 거버너 계약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통과된 투표에 대한 트랜잭션 값을 레이어2 타임락에 직접 올릴 수 있는지 여부다. 헌법적인 거버너 계약을 토대로 한 헌법적인 제안은 투표에서 통과될 경우 레이어2에 기록되지만 비헌법적인 제안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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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분한 이유는 아비트럼이 레이어2 프로젝트라는 특징 때문이다. 헌법적인 제안은 위에서 언급했듯 투표에서 통과된 이후 (1) 레이어2에 기록되기까지 3일의 대기 시간을 가진다. 이후 (2)레이어2에서 레이어1으로 메시지가 전송되고 (3) 레이어1에서 또 다시 3일 동안 대기한 후 (4) 마침내 실행된다. 그러나 비헌법적인 제안은 (1)~(3)의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바로 실행된다.

비헌법적인 제안은 ‘투표 가능한 토큰 중 최소 3%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면 통과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그렇다면 AIP-1이 찬성표 12% 이상을 받았기에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두 번째 조건이 있어서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한다’.

즉, AIP-1은 트레저리 관련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헌법적인 제안으로 볼 수 있을 듯하지만, 그럼에도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많다는 점에서 실행되서는 안 됐다. 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문서에는 투표 기간을 14일로 명시했으나 실제로는 7일 만에 투표가 종료됐다.

결국 아비트럼 재단은 AIP-1을 실행하기 위해 “AIP는 제안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투표자 피로(Voter Fatigue) 방지?

아비트럼 다오 포럼에 따르면, 아비트럼 재단의 패트릭 맥코리(Patrick McCorry는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보안 위원회’, 투표 매커니즘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별보조금을 재단의 권한으로 할당할 수 있게 한 것은 ‘투표자 피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자 생태계 경쟁력의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아비트럼의 특성을 고려하면 모든 사안을 투표로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비트럼 DAO가 하위 다오(Sub DAO)의 형태로 ‘보안 위원회(Security Council)’를 둔 점도 그 이유에서다. 보안 위원회는 비상 시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멀티시그 12개 중 9개와 DAO 투표를 거치지 않는 일상적인 업그레이드를 담당하는 멀티시그 12개 중 7개로 구성된다. 매번 비상 사태 때마다 DAO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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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비트럼 다오는 ‘위임(delegation)’ 시스템을 두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일일이 투표해야 하는 문제와 투표 의사가 없는 구성원의 토큰까지 정족수에 포함하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토큰을 위임 받으려는 사람들은 아비트럼 다오 포럼에 프로필을 생성하고 자체 위임 플랫폼을 개설해야 한다.

2023년 4월 7일 기준 2억 2296만 개 ARB 토큰이 위임된 상태이며, 트레저 다오가 가장 많은 토큰(2135만 개)의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아비트럼 다오는 제안서가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 가능한 ARB 토큰 500만 개를 위임 받은 구성원만이 제안서를 낼 수 있게끔 제한을 두고 있다. 이처럼 아비트럼 다오는 투표자들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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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O, 최선의 선택이었나?

그럼에도 아비트럼에 DAO 거버넌스가 필수적인지 여부에는 의문이 남는다. 아비트럼 재단이 아비트럼 다오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트레저리 할당에 대한 안건을 ‘제안’이 아닌 ‘비준’으로 간주한 점에서 DAO의 탈중앙화적 성격과 투명성이 훼손됐다.

다른 DAO들은 트레저리 관련 내용도 무조건 투표로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코스모스는 ATOM 토큰을 추가 발행해 생태계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는 내용(82번 제안)을 투표에 부쳤고, 해당 제안은 ‘제안 무효화(No With Veto)’를 37.39%나 받아 거부됐다. 이는 코스모스 거버넌스에 “제안 무효화 득표 율이 33.4%를 넘기면 그 제안은 통과될 수 없다”는 내용에 의거한 것이다. 제안을 낸 사람이 코스모스 생태계를 주도하는 세력인 인터체인 파운데이션(ICF) 소속이었어도 커뮤니티 결정을 따라야 했다.

또한, 아비트럼이 이더리움의 확장성 솔루션이라는 특징으로 인해해 커뮤니티의 합의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당분간 “DAO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거버넌스 투표가 의미 없다면 ARB도 투기성 가상자산에 불과하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힘을 갖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는지’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웹3 거버넌스란, “권력을 탈중앙화시키는 것”이다. 검열 저항성이 필요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앤드류 홀 정치학과 교수는 “DAO를 설립할 때 ‘거버넌스가 무엇을 해결하기를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일부는 거버넌스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웹3에서 쿨하다’는 이유로 거버넌스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비트럼이 과연 앤드류 홀의 비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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