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11일 12:37

'비법인 사단' 결론 Ooki DAO, 판결 살펴보기 | DAO 시리즈 25편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 25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우키 다오(Ooki DAO)를 상대로 제시한 소송이 약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미국 연방법원은 결국 CFTC의 손을 들어줬다. 2023년 6월 8일(미국시각)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판사 윌리엄 오릭)은 판결문을 통해 "우키 다오를 캘리포니아 법과 연방 법에 따른 '비법인 사단(unincorporated association)'으로 본다(finding that Ooki DAO was an unincorporated association as defined by California and federal law)"며 "그렇기에 상품거래법(CEA) 위반 혐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우키 다오는 64만 3542달러(약 8억 4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을 뿐 아니라 웹사이트를 내리고 그 운영을 영원히 중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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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아무리 탈중앙화를 내세운 조직이라고 할지라도 그 성질은 법에 명시된 '비법인 사단'과 같기에 법망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의미다. 여기서 비법인 사단이란, 사단법인의 바탕이 되는 실체를 갖추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단을 뜻한다. 교회, 입주자 대표회의, 부녀회 등이 포함된다. 단체 자체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과는 또 다르다.  

비법인 사단이 소송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능력(당사자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표자가 있어야만 한다. 통상 DAO는 대표자가 없이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키 다오는 어떻게 당사자 능력을 인정받은 것일까?

1. 관리인도 대표자의 명칭으로 본다. 만약 관리인을 포함한 대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직무대행자가 사단을 대표한다. 민법 제63조에 따라, 대행자마저 없으면 법원이 이해관계자나 검사의 청구에 의해 임시 대표자를 선임한다. 사실상 비법인 사단이 당사자 능력을 부정당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2. CFTC는 bZeroX의 운영자 2인이 DAO 거버넌스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프로토콜 통제권을 이전했다고 판단했다. 우키 다오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한 구성원 다수가 공동의 관리인이 된 셈이다. 그렇기에 우키 다오는 관리인(대표자)이 있는 조직으로서 비법인 사단임에도 당사자 능력을 갖춘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들 수 있다. 대체로 DAO 구성원들은 익명으로 활동한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서도 피고인은 법정에 등장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는 재판에서도 판결을 낼 수 있을까?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55조는 '궐석 재판(Default judgement)'을 명시하고 있다. 피고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다. 실제로 2017년 글로벌 게임업체 블리자드도 핵 프로그램 개발 업체 보스랜드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지연시키자 독일 법원을 통해 궐석 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사실 이전부터 CFTC의 승리가 예상됐다. 2022년 9월 CFTC는 DAO의 구성원들을 식별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우키 다오에 대해 온라인 소송을 진행했다. 출석 요구서를 온라인 포럼에 게재했으며 챗봇을 통해 소송을 개시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CFTC가 제대로 된 소송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반발했으나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의 윌리엄 오릭 판사는 2022년 10월 "(온라인 소송이) 유효하다"라고 밝혔다. 윌리엄 오릭 판사는 이번 판결을 내린 인물이다. 심지어 윌리엄 오릭 판사는 2022년 12월 한 발 더 나아가 CFTC에게 "우키 다오의 전신인 bZeroX의 공동 창업자들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소송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명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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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1) DAO 구성원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프로토콜 통제권'을 가졌다고 보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로드리고 세이고 패러다임의 법률 자문이 지적한 대로, 웹사이트의 대문 이미지를 바꾸는 등 운영에는 별 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투표에만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CFTC는 당초 우키 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 모두를 소송 당사자로 삼으려고 했다.

2) DAO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상태에서 판결이 먼저 나왔다. 주 정부 차원의 DAO 법안은 있지만 아직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법안은 없는데도 DAO를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했다. 판결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이는 규제 불명확성을 심화시킨다.

3)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될 경우 앞으로 DAO들의 법적 제약이 많아진다. 비법인 사단일 경우, 보상금은 모임 전체의 소유로서 각 구성원에게 귀속되지 않는다('총유'). 그렇기에 비법인 사단에서 탈퇴하거나 그 조직에서 분리된 구성원은 보상금 분배를 요청할 수 없다. 만약 DAO가 포크를 통해 갈라질 경우 트레저리(Treasury) 배분 문제에서 골머리가 썩을 수 있다.

4) 일본이나 몰타, 미국 주 정부의 법안과는 다르게 정의됐기에 글로벌 정합성을 해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몰타는 2018년 '기술 협정(Technology Arrangements)'이라는 새로운 법적 실체를 도입하면서 DAO에 법인격을 부여하려고 했다. 

일본 역시 2023년 4월 발표한 '웹3 백서'를 통해 "DAO를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할 경우 법인격이 존재하지 않기에 DAO에 대한 법적 취급이 불명확해진다"면서 유한책임회사(LLC)형 DAO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와이오밍 주와 테네시 주는 각각 2021년 7월, 2022년 4월 DAO가 유한책임회사로서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5) DAO의 유형이 크게 제한되거나 극대화된 탈중앙화를 지향할 수 있다. '비법인 사단'인 디파이 프로토콜 DAO가 상품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왔기에, 앞으로 인베스트먼트 DAO도 증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아예 사회 활동 DAO들만 생겨날 수도 있다. 반대로 디파이 프로토콜 DAO들은 메이커 다오처럼 조직을 더 작은 단위로 탈중앙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대부분의 DAO들이 점조직 형태로 움직인다면 해킹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성원들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의 의미는 분명히 있다. 바로 "탈중앙화가 규제를 피해 가는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DAO들이 개발이나 보안에는 신경 쓰면서도 컴플라이언스 부분은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 DAO들도 우키 다오 판례를 교훈 삼아 다른 법인들처럼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를 선임하고 규제 동향을 빠르게 파악해야만 할 것이다. 각 정부의 규제 망은 계속해서 가상자산 시장을 조여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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