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4월 28일 12:14

일본은 DAO에 진심이다! | DAO 시리즈 24편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 24편

그동안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존재감이 희미하다가 요새 들어 다시 각광받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및 파산 사태를 겪으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거래소에 가상자산이 상장되려면 일본 자금결제법상 자율규제 단체 인가를 받은 '암호화폐거래소협회(JVCEA)'의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처럼 상장 과정부터가 엄격하다 보니 해외 프로젝트들이 일본에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11월 FTX 파산 사태 때 일본 금융청(FSA)이 일본 법인(FTX 재팬)에 고객 자산을 보호하지 않고 임의로 회사를 매각하지 못하게끔 명령한 일로 인해 일본의 규제에 대한 인식이 전환됐다. 일본이 어느 나라보다도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가상자산 규제'에서 '웹3 생태계 육성'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웹3 생태계 전략을 민간에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이 함께 웹3 생태계를 키우려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부는 법을 만들고 민간은 그 규제 하에서 웹3를 일상에 접목하려는 것이다.

2023년 4월 13일 일본 자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는 <웹3백서> 최종본을 발간했다. 해당 백서에서 일본 정부의 DAO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해당 백서에서 DAO와 관련된 부분은 1) LLC(유한책임회사)형 DAO에 대한 특별법 제정 2) 인베스트먼트 DAO에 대한 법 제정 이렇게 두 가지다.


일본 자민당의 웹3 백서 표지


LLC형 DAO에 대한 특별법 제정

 
*배경
-DAO의 법상 지위 설정, 구성원의 법적 권리의무의 내용, 과세 관계 등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DAO의 법인화를 인정하는 제도의 창설을 신속하게 검토한다.
-최근 지방 일자리 창출, 사회 문제 해결, 커뮤니티 운영 등 DAO의 활용 사례와 DAO의 활용을 검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 경제 지역사회 활성화의 관점에서도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DAO 구성원의 유한 책임을 보장하고 DAO의 설립·운영에 적합한 명문화된 법인·조합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판례·학설상 인정되고 있는「권리 능력 없는 사단」법리에 따라 일정한 경우에 유한책임회사로 인정되는 경우는 있지만, 법령에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DAO에 적용했을 경우 취급이 불명확한 점도 남는다.
=> 따라서 일본법에서 DAO의 법적 위치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권고
-DAO에 법인격을 부여할 때 기존의 다양한 법인 형태 중 소유/경영의 일치를 전제로 하고 정관 자치가 비교적 널리 인정되는 합작회사가 DAO의 실태와 비교적 친화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LLC 형태의 DAO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회사법상의 합작회사의 규율 및 금융상품거래법상의 거버넌스 토큰에 관한 규율을 일부 변경하는 것이 유력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의원 입법에 의한 법제화도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예를 들어 유한책임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직원의 성명 · 명칭 그리고 주소가 정관에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규율을 DAO에 맞춰 변경해야 한다. DAO 입법은 DAO 설립을 위한 선택권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해서다. LLC형 DAO의 입법화는 DAO 설립의 선택을 늘리는 취지이며, 그 외 형태의 DAO의 설립·활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LLC 유형 DAO를 선택하더라도 DAO의 토큰 발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해당 토큰은 일종의 LLC 회사 직원의 권리를 표방한다.

 

인베스트먼트 다오에 대한 법규 제정

 
*배경
-웹3 분야에서 투자 펀드는 시큐리티 토큰으로 구성되는데, 이런 투자 펀드는 거버넌스 토큰을 부여하는 인베스트먼트 DAO로 부분적으로 전환되며,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거버넌스 토큰 기반 투표 기능을 사용해 투자 대상을 수집하고 투자 자금을 모으는 결정하는 여러 투자 DAO가 있다. 그것에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특정한 경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일본도 다른 국가보다 앞서 (인베스트먼트 DAO에 대한) 적절한 법률 및 세금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규제 준수 의지가 강한 인베스트먼트 DAO가 일본에 모이는 환경을 조성하고, DAO의 경제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산업 기회를 포함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권고
-인베스트먼트 DAO의 유형 및 운영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을 명확히 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베스트먼트 DAO에서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의 의사소통 및 투표 행동을 과도하게 위축하지 않도록 법령 및 업무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행위 및 의결권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

백서 중 '웹3를 활용한 일본 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 지원' 항목에서도 DAO에 관련된 내용이 다시 한번 언급된다.

 
사령탑이 될 부처를 명확히 하고 해당 관계부처에서 웹3를 활용해 해외 진출에 관심 있는 콘텐츠 보유자 및 크리에이터에 대한 상담 창구를 설치해야 한다. 해외 웹3 관련 기업과의 매칭도 검토해야. 특히 DAO의 활용이 기대되는 영화 사업에 대해선 영화 제작위원회 DAO의 활용가능성을 조속히 검토하고 민관이 협력해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는 DAO에 진심으로 느껴질 법한  발언들도 많이 했다.

일본 디지털청 산하 '웹3 연구회'는 2022년 11월 "직접 DAO를 조직하고 운영하면서 DAO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2023년 2월 "NFT 및 DAO 등 웹3를 '쿨 재팬'을 촉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DAO를 활용해 동일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렇다면 민간에선 DAO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일본 DAO 연합'과 '아키야 다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DAO 연합은 다음과 같은 대상을 주로 겨냥하는 '웹3 온보딩 DAO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다. 크게 웹3 교육과 잡 매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웹2나 웹3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학생들
  • 자체 웹3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국내외 커넥션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 개발자들이 실세계에서 자체 블록체인을 배포하도록 훈련하길 원하는 DAO와 기업들
 



DAO 구성원들이 자체 토큰($JDA) 이외 NFT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끔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DAO 연합에서 교육을 제공하는 강사들은 학생들로부터 직접 수업료를 받지 않고 자체 NFT를 판매한다. 강사가 발행한 NFT 보유자만이 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구조다. 한 마디로, NFT 거래로 수업료 결제가 이뤄지는 식이다.

학생으로 시작했어도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면 이를 증명하는 NFT를 받고 추후 다른 강의를 개설해 자신의 NFT를 판매할 수 있다. 이때 시험에 통과해 NFT를 획득한 학생은 $JDA 토큰을 에어드롭 받을 수 있다.

잡 매칭에 지원하기 위해선 따로 '잡 NFT'를 구매해야 한다. NFT에는 구직자의 자신의 전문 분야/성과가 등록된다. 채용 제안을 올리는 기업들은 자체 토큰으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지만, 구직자가 원할 경우에는 스테이블 코인을 지급해야 한다.


출처=아키야 다오 트위터

아키야 다오는 일본 전국에 버려진 집을 복원해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다. 일본의 폐가 중 총 250채를 구입하고자 한다. 현재 아키야 다오의 구성원은 100명을 넘었다.

아키야 다오의 설명에 따르면, 교토시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아키야 다오가 운영하는 집이 있다. 해당 집은 해커하우스, 레지던스, 커뮤니티 리빙을 접목한 공간으로 꾸리겠다는 것이 아키야 다오의 목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와 민간의 DAO 관련 활동들은 짚어봤다. 우리나라에선 DAO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민간 수준에 그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선 정부가 DAO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미국의 와이오밍 주와 테네시 주에 DAO 법안이 있기야 하지만, 그 법들이 주 정부 법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강대국 중 DAO 법안을 마련한 국가는 일본이 될 것이다.

민간의 DAO들이 투자 영역에만 그치지 않고 교육 및 구직, 마을 복원 등으로 그 지향점이 다양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아키야 다오의 사례는 자칫 환경을 망칠 수도 있는 폐가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DAO 구성원들이 자금을 모아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최근의 화두인 ESG나 리파이(ReFi) 분야와도 긴밀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민간에서는 좀 더 다양한 DAO 활동을 전개하고 정부가 관련 법으로서 이를 지원해 주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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