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1월 13일 05:06

[알쓸₿잡 61회] 블록체인의 가치, 신뢰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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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지난 4일 공개된 FOMC 12월 의사록은 새해에는 금융시장이 반등하기를 기대했던 투자자자들을 보기좋게 골탕먹이며 2023년 한해를 활짝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연준 위원들은 “특히 위원회의 대응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위원회의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식이나 코인에 물려있는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매우 아쉬운 일이다. 위험자산 시장이 반등하려면 역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다시 완화적인 기조로 돌아서 줘야하는데 올해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아직 잡히지 않았고 언제 잡힐지도 모르기 때문에 먼저 섣불리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연준의 선언은 올해도 개인 투자자들 계좌에 빨간불 들어오는 날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으름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의외로 연초 시장은 이런 어두운 전망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S&P 500 지수는 연초대비 3.8% 상승,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5.24%나 상승했다(1월 12일 기준). 올해 금리인하는 없다고 연준이 사실상 못을 박았는데도 왜 시장은 반등하는 것일까.

이는 시장이 더 이상 연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아마 역사상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가장 많이 실추시킨 연준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1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뿐이며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주장하여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 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40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알리안츠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제롬 파월이 주장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연준 역사상 최악의 경제 진단이라 혹평하기도 했다.

연준은 2022년이 되어서야 인플레이션을 진화하겠다며 0%대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처음에는 파월 의장도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 하려는듯 되도록 천천히 금리를 올릴 것처럼 보였다. 연내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상 하겠지만 연말 최종 금리는 대략 1.9%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다시피 실제 그해 연말 기준금리는 4.5%로 마무리됐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연준은 연이은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으로 순식간에 위험자산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불러온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기준금리를 천천히 올릴 것이라 약속한 연준의 말만 철썩같이 믿고 대출을 정리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지금 갑자기 오른 금리 때문에 큰 어려움에 처했다. 누구나 ‘영끌’과 ‘빚투’를 당연시했던 저금리 시대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지금 빚을 갚는데 소득의 60%를 넘게 써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한테 “그러게 애초에 왜 빚을 내서 투자를 하냐”며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을까. 0%대 저금리가 계속해서 유지되는데도 아무 대출을 받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비정상이다. 더군다나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오르고, 다음날 되면 또 오르는걸 뻔히 지켜보면서 말이다. 이들에게 죄가 있다면 중앙은행의 말을 너무 철썩같이 믿은 것이다. 만약 연준이 2022년 초에 금리인상 계획에 대해 조금 더 솔직했다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미리 과도한 레버리지를 정리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코로나 이후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킨 장본인은 바로 연준의 거짓말이다.

“회계법인 믿을 수 없어 감사 안 맡긴다”는 창펑자오

FTX 거래소 파산 이후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신뢰’라는 단어에 그 어느때 보다도 목말라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믿을 것인지, 어디를 믿을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간절히 알고싶어한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한 암호화폐 커뮤니티 모임의 주제가 ‘거래소 파산과 디파이 해킹 중 무엇이 나은가’였다는 소식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결국 암호화폐 투자는 이러나 저러나 한번쯤은 홀랑 날려먹을 각오로 임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 세계에서 1억 2천만 명이 사용하는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2022년 한 해에만 22조달러(약 2경8천600조원) 이상의 거래량을 처리했다. 거래량 기준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고객의 신뢰를 얻는 면에서는 전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본사 위치와 매출, 이익, 보유 현금 등 기본적인 재무정보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있다. 파산한 FTX 거래소에 FTT라는 자체 코인이 있었듯 바이낸스에도 자체 코인인 ‘바이낸스 코인(BNB)’가 있지만, 이 코인이 회사 대차대조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비공개다.

바이낸스는 고객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에 대해 돈을 빌려주고 고객들이 빌린 자금으로 마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 베팅이 얼마나 큰지, 회사가 관련 위험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고객 인출에 대비한 준비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의문점들에 바이낸스는 늘 ‘비상장 회사라 정보공개 의무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다. 지난 12월 15일 바이낸스 창업자인 창펑자오의 미국 CNBC 방송 인터뷰는 그 하이라이트다. 한 앵커가 바이낸스에 예치된 21억 달러의 고객 예치금에 한번에 인출 요청이 들어와도 문제없이 인출해줄 수 있냐고 묻는데, 창펑자오는 “우리는 재무적으로 건전하며 변호사들이 잘 해결해 줄 것” 이라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할 뿐 끝끝내 시원하게 “Yes”라고 답하지 못한다.

4대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고 투명하게 재무구조를 공개하면 안되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재무구조를 파악할줄 모른다”는 얼토당토 않은 답변으로 오히려 의구심만 더욱 증폭시킨다. 참고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는 4대 회계법인 중 딜로이트로와 정기적으로 외부감사를 진행하여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있다. 회계법인을 믿을 수 없어 감사를 맡기지 않는다는 발언이 세계 최대 거래소의 수장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없던 의심도 생겨나게 만든다.

물론 창펑자오의 주장대로 바이낸스는 재정 건전성이 훌륭하며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테라, 루나 사태와 FTX 파산으로 흉흉해진 암호화폐 시장에서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석연치 않은 변명으로만 일관하는 모습은 업계 1위의 위상에 썩 걸맞지 않는다.

솔라나 가격반등이 달갑지 않은 이유

한때 “솔라나가 쏠라나”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이더리움의 대항마 솔라나는 2022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주요 투자자로서 솔라나 생태계 확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던 FTX의 퇴장과 함께 한 때 300 달러가 넘던 코인 가격이 1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 대표 NFT 프로젝트인 디갓(DeGods)과 유츠(y00ts)가 각각 이더리움과 폴리곤으로 떠난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솔라나는 전체 발행량의 약 절반 가량이 벤처 캐피탈(VC) 및 내부자들에게 배분된 전형적인 VC 토큰이다. 그러니 FTX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나빠지며 주요 투자자들이 손을 털고 나갈 때 가장 먼저 타겟이 되었을것이다. 코인 가격이 하락하니 그것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NFT 역시 버티지 못하고 더 안정적으로 가격이 유지되는 코인 생태계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솔라나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이 과부하로 셧다운되는 사고도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2년 한 해에만 8번이나 장애가 발생하여 네트워크가 먹통이 됐다. 솔라나에서 유독 네트워크 장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확장성 확보를 위해 낮은 거래 수수료와 높은 거래 처리량에 치중하면서 보안이 상당히 취약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NFT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한때 트랜잭션(거래 처리) 수가 이더리움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오히려 높은 인기 때문에 기술적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솔라나 가격이 연초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동안 12달러 수준을 멤돌던 가격이 2023년이 되자마자 일주일만에 16달러까지 반등했다. 위에서 설명한 문제들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 혁신적인 신기능이 새로 나온것도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도지코인과 비슷한 강아지 컨셉을 내세운 ‘봉크(Bonk)’라는 밈 코인이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으로 나왔다는 이유가 전부다. 밈 코인은 말 그대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기 때문에 솔라나가 그동안 실추한 신뢰를 다시 찾아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솔라나의 연초 가격 반등이 별로 반갑지가 않다. 비탈릭 부테린은 트위터에 솔라나의 부활을 응원한다는 ‘신뢰의 메세지’를 남겼다지만 정작 투자자들이 다시 솔라나를 신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의 비결

미 연준, 바이낸스, 그리고 솔라나의 공통점은 모두 고객과의 신뢰 형성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열등생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또한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점점 비트코인 때문에 입지가 더욱 흔들리는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만약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지 못하고 침체와 공황으로 치닫는다면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신용화폐 시스템은 다시한번 그 실효성이 도마위에 오를 것이다. 바이낸스가 불투명하고 석연치 않은 자세를 유지할수록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대체재를 찾아 나서거나 아예 셀프 커스터디(자기 수탁)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솔라나가 내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코인 유통구조와 네트워크 셧다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NFT 프로젝트와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등을 돌릴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비트코인이 얼마나 잘 디자인된 기술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비트코인은 10분에 한번씩 전 세계에 퍼져있는 수천 수만개의 노드가 외부감사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몰래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없다.

비트코인을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본인이 채굴한 100만여개의 비트코인을 그대로 놔둔채 홀연히 사라졌으며, 사토시 나카모토에 이어 두번째로 비트코인 채굴에 합류한 할 피니는 안타깝게도 루게릭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므로 비트코인에는 주인 행세를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내부자가 없다. 이는 가격이 외부적인 요인없이 온전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매겨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2009년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네트워크가 셧다운된 적이 없다. 확장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완전 무결함이 원칙인 인터넷 프로토콜 TCP/IP와 닮았다. 게다가 레이어 구조로 기술이 얹어지며 확장성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 이것도 인터넷이 성장한 구조와 유사하다.

모든 사회·경제·정치 시스템은 신뢰의 문제에서 시작해 신뢰의 문제로 끝난다.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사회에서는 가치교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더불어 국가도 성장하지 못한다. 즉 신뢰기술인 비트코인은 사회·경제의 토대를 재구축하는 혁신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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