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4월 26일 09:16
세계 인구 10%가 金보다 비트코인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 알쓸₿잡 74회
복잡한 경제상황
지난주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3월 CPI가 전년 대비 5.0% 올라 2월의 6.0% 상승과 이코노미스트 예상치인 5.1%를 모두 하회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제야 인플레이션이 비로소 본격적인 하락 기조에 돌입했다며 환호했다.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신이 들면 연준도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겠느냐는 행복회로도 함께 가동됐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되며 비트코인 가격도 오랜만에 3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연이어 발표된 미국 미시건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다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향후 12개월 후의 물가를 묻는 조사에서 지난달 3.6% 대비 무려 1%p가 오른 4.6%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미래의 경기를 암울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사그러드는 모습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물가는 그다지 개선되는것 같지 않다. 강남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내 입장에서 가장 확실하게 와닿는 변화는 역시 외식비다. 작년 말부터 인근 식당들이 하나 둘 점심 메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요새는 1만 1천원 밑으로 먹을 수 있는 점심식사 메뉴가 거의 없다.
특히 배달음식을 시켜먹을때 느껴지는 가격 부담감은 더욱 더 크다. 최소 주문비용, 배달 수수료 등의 추가 비용이 더해지고 나면 식당에서 먹을때보다 돈이 훨씬 더 든다. 원래 기술의 발전은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하락시키는 디플레이션 요소라고 배웠는데 요즘 배달음식 비용을 가만히 지켜보면 정말 그런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내 주변 사람들은 비싼 배달음식을 끊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거나, 가까운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해 꽉 막혔던 글로벌 공급망도 어느정도 해소되었다고 하는데 실생활 물가는 왜 잘 내려오지 않는걸까. 그리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기 전망은 왜 더욱 어둡기만 한걸까. 경제는 한방향으로 흐르는 물살처럼 단순명료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수많은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이 하나하나 누적되어 발생하는 결과값이다. 만약 높은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그만큼 물건값을 밀어올리는, 또는 화폐 구매력을 떨어트리는 수많은 나쁜 의사결정들이 많이 축적되어 왔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 수많은 나쁜 의사결정 중 한가지를 예로 들어 왜 아직도 글로벌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지 그 원인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사모펀드가 밀어올린 식료품 가격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다시 해상길, 하늘길이 열리며 이제는 모두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식비와 장바구니 물가는 쉽사리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얽혀 있는 식료품 산업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현재 식료품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사정에 놓여 있다. 지난 몇 년간 사모펀드들이 글로벌 대형 식품 회사들을 대량으로 인수한 것이 그 배경이다. 이들은 2021년에만 해도 불투명한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식료품 비즈니스는 계속해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모펀드들은 2021년 한해 동안만 식품과 음료 제조업체 786개를 총 320억 달러를 투자하여 인수했는데, 대부분의 거래에서 차입 인수(Leveraged Buyout, LBO)를 많이 이용했다. 참고로 LBO에서는 기업 인수에 들어가는 자금을 대부분 인수 당하는 기업이 은행 대출을 통해 마련한다.
그러나 사모펀드들의 예측은 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모든 투자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LBO 인수를 위해 대규모 대출을 받은 식료품 기업들은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이는 그대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사모펀드가 LBO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의 은행 대출은 대부분 변동 금리다. 때문에 사실상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 금리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게다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높은 인건비,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에 내야 할 이자 비용이 상승하는데 매출이 잘 오르지 않는다면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밖에 답이 없다.
그러나 상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 역시 대응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의 구매를 줄이거나 저렴한 브랜드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에 맞서게 된다. 만약 특정 식료품 기업이 섣불리 상품 가격을 올린다면 경쟁자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 언제나 투자에 대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곤란한 것이다.
사모펀드는 엄연히 말하면 기업이 아니라 투자조합이다. 조합에 자금을 대준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보고해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운영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성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식료품 가격 상승은 인수한 기업들의 이익을 단기적으로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므로 사모펀드들 입장에서는 계속 이 패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2021년 대규모로 단행한 LBO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2022년 9월까지 평균 마이너스 9%로 대부분의 투자가 손실 상태다.
사실 식료품 기업도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한 명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비난의 대상을 정부와 중앙은행으로 돌리면 된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너무 급격하게 올렸기 때문에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이자 비용이 증가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사모펀드들은 경제 여건이 한창 좋을때는 LBO 투자를 통해 연 평균 20% 이상의 수익을 올려 왔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금리 환경에 매일같이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장기적 경영 전략에 부담을 주더라도 경영진을 압박하여 가격 인상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 세계 유명 식품 기업들은 너도나도 상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렌지 쥬스 제조업체 Tropicana(트로피카나)의 경우 노동력 부족, 철도 화물 운송 지연, 과일 가격 상승 등의 문제로 인해 쥬스 가격을 인상했다. 일부 고객들이 경쟁 쥬스 제품으로 이탈하는 조짐이 벌써 보이고 있지만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디저트용 케이크를 제조하는 Dessert Holdings(디저트 홀딩스)와 생수, 탄산수, 기타 음료를 생산하는 BlueTriton Brands(블루트리톤 브랜드)와 같은 다른 대기업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추가 이자 비용을 감당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인수한 사모펀드들의 실적 압박까지 견디어야 하는 상황이다. 디저트를 만드는 원재료인 곡물 및 유제품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영업이익 감소와 그로인한 기업가치 하락을 견뎌낼 수가 없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고금리, 고인플레 시대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이벤트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마련이다. 소위 ‘케인즈 경제학파’로 분류되는 현대 주류 경제학은 이럴때일수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재정을 풀고 사람들의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로 분류되는 고전 경제학은 미래가 불확실할때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리는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화량을 늘리는 행위는 사람들의 과오투자와 과소비를 촉진한다고 가르친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비트코인 진영에서 늘상 얘기하는 ‘가격신호’가 망가진 상황을 야기한다.
원래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은 가장 믿을만한 정보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언제나 최선의 접점을 찾아가 알아서 매겨진다. 돈에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매겨지는 가격이 있다. 바로 금리이다.
2022년 초만 하더라도 미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점진적이고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당시 이 말을 가장 철썩같이 믿었던 사람들은 바로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이다. 대출받은 자금으로 부동산을 사고, 그 부동산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또 다른 부동산을 사는 소위 ‘갭투자’를 해놓은 사람들은 이 말만 믿고 2021년 공격적으로 받아놓은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연준은 그 해 1년간 기준금리를 7차례 올리며,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2022년 초 거의 제로(0) 금리에 가까웠던 초저금리가 연말에는 4.00%P 후반이 됐다. 이 무분별한 통화정책은 시장에서 매겨졌던 돈에 대한 모든 가격신호를 망가뜨렸다.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체는 망가진 돈의 가격신호, 즉 한동안 이어졌던 초저금리 기조가 알고보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일반 시민들이다.
식료품 가격도 이와 상황이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기준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식료품 가격을 밀어올린 형국이다. 빠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 한 연준의 결정은 일부 거품을 걷어내긴 했으나 이런식으로 수많은 가격신호를 망가뜨렸다. 특히 LBO를 통해 식료품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던 사모펀드들처럼 대규모 차입금을 이용해 큰 베팅을 단행했던 경제 주체들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정책 결정이었을 것이다.
아마 우리는 당분간 원래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였던 2% 성장을 보지 못할 것 같다. 경제의 많은 영역이 거대한 빚더미 위에서 위태롭게 지탱되던 상황에 고금리 태풍이 불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기 때문이다.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손식을 만회하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려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잡히지 않아 중앙은행도 섣불리 기준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전 세계의 모든 언론이 자신들의 정책 결정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기준 금리를 더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이 정도 수준에서 기준 금리가 유지되면서 만성적인 고물가와 저성장이 장기간 반복되는 다소 암울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나 주인공은 존재하는 법. 역사적으로 고물가 저성장 시대에도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가치가 상승했었다. 비트코인은 아직 선진국 금융산업에서 위험자산의 내러티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고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세상에서는 이 사태를 초래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시장에서 수요의 증감을 통해서만 가치가 매겨지는 비트코인의 지위가 재평가될 것이다. 비트코인이 금보다도 뛰어난 궁극의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 인구의 10%에만 각인되어도 비트코인은 본격적으로 케즘(Chasm) 협곡을 지나 기하급수적인 채택률 증가를 맞이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 열심히 비트코인을 DCA(적립식 매수)로 투자하는 이유다. 원래 불경기는 다음 상승장에 빛을 볼 텐배거(Ten-bagger) 종목을 찾아 꾸준히 모으는 기간이다. 만약 아직 비트코인의 가치를 잘 모른다면 이 기회에 한번 공부해보도록 하자. 벤자민 프랭클린도 말하지 않았던가 “지식에 대한 투자는 항상 최고의 이자를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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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12일 hot
비트코인에 미래 건 '비트코이너'의 자녀 교육 방식은? | 알쓸₿잡 80회
백훈종의 알쓸₿잡 [80] 사진=연합뉴스 사교육 천국 대한민국 지난 주말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이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모이다보니 서로 근황을 공유하고 직장과 가정과 관련된 수다를 떠느라 바빴다. 벌써 30대 후반에 접어든 내 나이 또래 친구들과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다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육아 관련 주제로 넘어갔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 중에는 벌써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녀석도 있었다. 철없는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가 벌써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니, 격세지감에 놀라는 마음과 존경심, 경외심이 동시에 들었다. 자녀를 초등학교까지 진학시킨 친구들은 벌써부터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대치동, 목동 등 유명 학원가에서 영어, 수학, 논술 학원 비용이 한달에 얼마고 컴퓨터 코딩 학원은 어디가 좋다더라는 정보를 서로 나누는 것을 보고 초등학교 저학년한테 뭐하러 벌써부터 사교육에 돈을 쓰냐고 핀잔을 줬다가 모르는 소리 말라며 된서리 혼이났다. 요즘은 부모가 원해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게 아니라 아이가 먼저 보내달라고 조른다고 한다. 같은 반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다같이 학원으로 몰려가는데 자기만 빠지면 소외감이 든다는 것이다. 자녀 나이가 훨씬 어린 친구들도 교육 걱정은 매 한가지였다. 언어는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영어 유치원을 알아봤는데 한달에 2백만 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고민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비싼 돈 내고 영어 유치원에 보내도 초, 중, 고 다니면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다가 다 까먹을텐데 뭐하러 벌써부터 큰 돈을 들이냐는 말이 입 안에 멤돌았지만 참아 내뱉지는 못했다. 아이한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만은 너무나 공감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 3명 가운데 2명은 입학 전부터 사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만 5세 때 3과목 이상 사교육을 받는 가정도 많은데, 특히 서울이 지방보다 3배나 많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대치동 학원가에는 중, 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이 더 많이 보인다. 자녀가 만 5세 때 사교육비로 연간 지출한 비용이 벌써 300만원이 넘어 생활비를 줄인 부모가 10명 중 5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사교육 천국이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이 이토록 성행하는 이유는 대학 진학이 자녀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는 부모와 사회의 인식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년층 대학 진학률은 7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가 적어도 수도권 안에 있는 4년제 대학은 졸업해야 남은 인생을 윤택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 본인들이 살아오며 쌓은 경험에 입각한 믿음일 것이다. 엘리트 대학에 진학하면 다양한 혜택이 따르는것은 사실이다. 주변에 똑똑하고 수준높은 친구들이 생기고, 개인의 능력과 인성을 훈련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에 노출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한창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처럼 노골적이진 않겠지만 자신과 같은 대학교 출신 후배들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학연, 지연도 여전히 존재한다. 좋은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살아가며 도전하는 많은 것들에 대한 등용문이 크게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 자체만 놓고보면 어떨까.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이 정말 개인의 인격과 능력을 함양시키는데 도움이 될까. 흔히들 대학교는 학생들한테 등록금을 받아 학교 시설과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교수들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교는 15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 때문에 재정난에 빠져있는데, 이들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매년 엄청난 규모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다. 올해 교육부에서 집행하는 대학 혁신지원은 전년보다 2091억 원 늘어난 8057억 원이, 전문대학 혁신지원에는 전년보다 1600억 원 늘어난 5620억 원이, 국립대학 육성사업에는 4580억 원이 지원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하면 정부 지원금을 더 많이 타낼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능력을 함양하여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실증적인 연구보다는 정부 지원금을 더 타낼 수 있는 연구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교수들이 연구저술 건수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많은 연구저술을 진행할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타낼 수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잘 변하지 않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등록비는 못올리고 저출산 여파로 매년 입학하는 학생 수는 줄어드니 무엇을 가르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대학 교육 4년만 가지고는 사회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된 인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온 세계가 AI가 불러온 급격한 생산성 혁신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때, 대학은 과연 AI를 지배하는 수준높은 인간을 배출하고 있을까. 적어도 대학의 관심이 엉뚱한 곳으로 향해있는 동안에는 무리일 것이라 보는게 타당하다. 비트코이너들의 자녀 교육 그렇다면 자녀의 윤택한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이 필수라는 고정관념은 깨져야 옳다. 신기하게도 자녀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교육 시스템을 선택하려는 노력은 비트코이너들 사이에서 이미 유행처럼 번져있다. 아마도 비트코인의 에토스(Ethos) 자체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현재를 희생하는 ‘낮은 시간선호’ 이기 때문에, 이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일수록 미래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들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녀 교육은 대표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간과 리소스를 투자하는 행동이다. 지난 5월 비트코인 2023 컨퍼런스에서 다니엘 프린스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비트코인을 주제로 다루는 ‘원스 비튼(Once BITten)’ 팟캐스트의 호스트이자 저서 ‘인생을 선택하라(Choose Life)’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두고있는데, 모두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홈스쿨링을 하며 온 가족이 함께 세계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한다. 마이애미 컨퍼런스에도 온 가족이 함께 참가했는데, 나는 유독 밝고 활달한 다니엘의 자녀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한번은 이제 11살이라는 다니엘의 막내 아들과 길게 대화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초등학교 4학년생과 나누는 대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단순히 내가 묻는 질문에 수동적으로 대답만 하는게 아니라 나와 네트워킹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세계 여행을 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을 막힘없이 이야기 했으며 나는 어떤일을 하는지, 또 무슨 이유로 마이애미에 오게됐는지 궁금해했다. 어른대 아이가 아니라 남자대 남자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자녀가 어릴때부터 온 가족이 함께 세계 여행을 다니고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대체하는것의 결과가 이정도라면 나도 당장 그렇게 하고싶을 정도로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니엘 프린스의 저서 제목처럼 인생은 선택이다. 반드시 짜여진 공식이나 정해진 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행복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이 반드시 좋은 대학 진학으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 게다가 그것이 오히려 자녀의 능력치를 떨어트리는 길이라면 더욱 그렇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총 발행개수가 정해진 비트코인처럼 인생에 주어진 시간도 유한하다. 그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매 순간 최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즘처럼 직업이 다양해진 세상에서 단순히 좋은 대학을 나오면 성공한다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어떤 교육이 나와 내 자녀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요즘 부모들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아직 비트코인을 모르는 부모라면 이제라도 비트코인의 에토스인 낮은 시간선호에 대해 공부해보면 좋다. 현실에 굴복하고 편한 길을 찾는 대신 미래를 위해 현재에 과감히 투자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
2023년 07월 05일 hot
비트코인 '좋아요' 때문에…앱스토어서 쫓겨난 다무스 | 알쓸₿잡 79회
백훈종의 알쓸₿잡 [79] 앱스토어에서 삭제되는 다무스 다무스(Damus)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윌리엄 카사린(William Casarin)과 그의 팀이 만든 모바일 앱 기반 SNS 서비스다. 언뜻 보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존 SNS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 서비스는 사실 노스트르 기반 앱이다. 노스트르는 “Notes and Other Stuff Transmitted by Relays”(릴레이를 통한 단문 및 기타 자료의 전달)의 약자로 쉽게 설명하면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사용자들간에 단문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SNS 서비스가 배라면 프로토콜은 모든 배들이 떠있는 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스트르는 그 자체가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서비스는 아니지만 그러한 서비스를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일종의 인터넷 표준 규약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무스는 노스트르 기반 SNS 중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로, 애플 아이폰 전용 앱이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이 프로젝트 초창기에 14 BTC(약 5억원)을 기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첫날에만 무려 4만 5천명 이상이 가입했으며 그 이후로도 빠르게 성장해 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는 다르게 그 어떤 형태의 콘텐츠 검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점, 그리고 크리에이터와 일반 사용자들간에 비트코인을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프라이버시와 탈중앙성을 중요시하는 전 세계의 비트코이너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런데 지난달, 애플이 돌연 다무스 앱을 iOS 앱 스토어에서 삭제 조치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내놨다. 자사 가이드라인 3.1.1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애플의 가이드라인 3.1.1은 아이폰 사용자가 앱 내에서 유료 기능을 이용하거나 잠겨있는 콘텐츠를 열기위해 비용을 결제할때는 무조건 ‘인앱 결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아이폰에서 프리미엄 콘텐츠를 구독할때, 게임 플레이 중 아이템을 구매할때, 또는 유료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는 애플이 결제 대상자가 되며, 본인의 iOS 계정에 미리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 애플은 다무스 앱에서 제공되는 기능 중,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나 다른 사용자를 대상으로 곧장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는 ‘잽(Zap)’이라는 기능이 ‘인앱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억지 주장을 하고있다. 다무스에서 다른 사람이 올린 포스팅에 ‘잽’을 보내는 것은 잠긴 콘텐츠를 열기 위함이 아니라 공감을 표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애플이 근거로 든 3.1.1 가이드라인에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에게 팁이나 기부를 하려는 목적인 경우, 인앱 구매 이외의 메커니즘으로 보낼 수 있다”는 예외조항까지 명시되어 있다. 다무스는 어쨋든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팅 하단의 번개모양 버튼을 없애 콘텐츠별로 ‘잽’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없애고, 사용자 프로필에 직접 들어가야만 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앱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애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다무스가 끝내 애플 iOS의 인앱 결제 도입을 거부한다면 조만간 앱스토어에서 다무스 앱은 삭제될 예정이다. 다무스의 ‘잽’ 기능이란? ‘잽’은 다무스를 여타 다른 SNS와 구별하는 핵심 기능중 하나다. 다무스 앱이 만들어진 토대인 노스트르는 기본적으로 P2P 네트워크다. 이곳에는 고객 계정과 콘텐츠들을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회사가 없다. 모든 콘텐츠와 데이터는 ‘릴레이’라고 불리는 사용자 개개인이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된다. 누구든 자유롭게 텍스트나 이미지를 올릴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보니 광고도 없고 스팸 메시지도 없다. 바로 여기서 ‘잽’ 기능이 중요해진다. 플랫폼 기반 SNS에서 플랫폼 운영사와 크리에이터의 직접적인 수익원은 광고다. 플랫폼 운영사는 기업들로부터 광고를 유치하여 돈을 벌고,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운영사로부터 광고 수익을 나눠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다무스에는 광고를 유치하는 운영사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영리 활동도 P2P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무스 사용자들은 피드를 보다가 특정 콘텐츠에 공감이 가면 번개모양의 ‘잽’ 버튼을 눌러 아주 소액의 비트코인을 후원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돈 100원도 거의 수수료 없이 보낼 수 있다. 100원씩 후원받아서 언제 의미있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막막할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00명을 넘기 전까지는 아예 광고 수익이 나지 않고, 인스타그램도 팔로워가 1만명 이상은 되어야 협찬 광고가 들어온다. 다무스에서 받는 비트코인 후원은 비록 건별로 보면 소액이긴 하지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처음부터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무스에서 ‘잽’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에 공감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좋아요’ 버튼보다 ‘잽’이 선호될 정도다. 현재 노스트르에서 ‘잽’을 통해 오가는 비트코인은 하루에 140 BTC, 원화 가치로 약 56억 원에 달한다. ‘잽’은 기존 SNS에 좋아요나 댓글 남기기보다 훨씬 강력한 ‘피드백 루프’ 형성 방식이다. 콘텐츠 소비자가는 콘텐츠에 대한 공감의 정도를 금액으로 표현하면, 크리에이터는 후원받은 금액 덕분에 더 큰 동기부여가 일어나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크리에이터와 소비자간 직접적인 가치의 맞교환이 일어나는 방식을 ‘Value 4 Value(V4V)’ 경제라 한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 애플의 조치가 부당한 이유 플랫폼 운영사가 광고 수익을 배분하지 않고 사용자간에 직접 가치의 맞교환이 일어나는 ‘V4V 모델’ 사용 사례는 이미 다양하다. 팟캐스트, 음악 스트리밍, 동영상 제작, 블로그,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이용자간 상호소통 성격을 지닌 거의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채택되고 있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잘 성장하고 있던 V4V 서비스 생태계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애플이 자사 제품에서 다른 결제수단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인앱 결제 사용만 강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30%에 달하는 엄청난 수수료 수익 때문이다. 참고로 구글이 한국 이용자들에게 청구하는 유튜브 프리미엄 공식 구독료는 부가세 포함 10,450원인데, 아이폰에서 결제하면 14,000원이다. 애플이 3,550원의 추가 수수료를 붙이는 셈이다. 특별한 서비스도 아니고 결제 수수료일 뿐인데 30%라니 지나칠 정도로 높다. 애플의 생떼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사람들은 당연히 취약계층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은행 계좌나 페이팔 계정조차 없지만 다무스와 비트코인 덕분에 전 세계를 무대로 크리에이터로서 돈을 벌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이제 무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비단 개도국 국민들에만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무명이라 음원 수입이 없는 인디 가수, 아직 시청자가 적어 수익이 없는 동영상 크리에이터, 해외에서 의뢰를 받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디지털 세상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 모두가 피해자다. 애플 인앱 결제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수입이 줄거나 아예 활동하던 서비스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원래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원하는 정보를 남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은 거대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중간에서 정보의 흐름을 막고 통행세까지 받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발전했다. V4V 서비스 생태계는 이러한 현실의 반작용이다. 중간자가 없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고,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지지하는 데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유일한 탈중앙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은 금상첨화다. 국경을 초월해 금액에 상관없이 즉각적인 V4V 결제를 가능케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전세계로 확장되며, 크리에이터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어 광고 수입에 목을매는 대신 자신만의 독립적인 수익원을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애플의 다무스 앱 삭제 조치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독립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다. 인터넷은 자유롭게 정보가 공유되는 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애플같은 특정 기업이 플랫폼 영향력을 이용해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V4V 서비스는 플랫폼 권력을 분산시키고 인터넷을 다시 자유의 공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다. 사용자끼리 자유롭게 정보와 그에대한 대가를 주고받는 인터넷. 이것이 원래 인터넷의 탄생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방향이며, 비트코인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들이 장벽없이 전 세계를 무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
2023년 06월 21일 hot
"월드코인으로 기본소득?…샘 올트먼의 오만한 착각" | 알쓸₿잡 78회
백훈종의 알쓸₿잡 [78] 월드코인이란? 얼마전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를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2억명의 사용자를 모은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방한했다. 전세계 17개국을 방문하여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는 ‘오픈AI 투어 2023’의 일환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주도하에 공식 간담회가 열렸으며, 이영 중기부 장관이 직접 샘 트먼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국내 유명 ICT 기업, AI분야 벤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샘 올트먼은 AI 기술부터 규제까지 국내 AI 생태계에 많은 화두를 던졌다. 그는 오픈AI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 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그리고 범지구적 AI 규제 마련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우리나라에 외국 기업 CEO 한명이 방문하는데 중기부 장관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통령까지 면담하고 간 사례가 얼마나 자주 있었을까. 그만큼 챗GPT가 세상에 던진 충격파는 엄청나다. 유튜브에는 이미 챗GPT를 활용하여 업무를 자동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많이 보인다. AI가 더 좋은 답을 내놓을 수 있게 좋은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과 강의도 많이 나왔다. 챗GPT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AI 덕분에 벌써 자신의 업무 생산성이 훨씬 올라갔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AI 때문에 자신이 평생에 걸쳐 일궈낸 직업과 전문성이 결국 쓸모 없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AI는 인간의 삶을 보편적으로 개선할까, 아니면 그것을 쓰는자가 못쓰는 자를 지배하는 새로운 계급 사회를 만들어낼까. 이에 대한 샘 올트먼의 생각이 오늘 칼럼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다. 샘 올트먼은 대외적으로 주로 오픈AI의 창업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월드코인’이라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앞으로 AI 기술이 확산될수록 인터넷 공간에서 실제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브(Orb)라는 구 형태의 망막 스캐너에 사람이 눈을 갖다대면 홍채 정보가 저장된다. 이 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자신이 실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사용된다. 현재 이 오브에 자신의 홍채를 스캔하여 개인 지갑을 만든 사람에게는 무료로 암호화폐(월드코인)이 지급된다. 이 코인은 추후 인공지능 시대에 AI로 줄어들 일자리 손실을 상쇄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쓰이게 된다고 한다. 순진한 사업모델 이제 AI가 시를 짓고, 노래 가사를 만들고, 예술적인 그림까지 그리는 세상이다. 이미 챗GPT를 활용해 수십개의 글과 영상을 공장처럼 찍어내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려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에선 이론적으로 가짜 계정이 무한대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말 어떤 창작물의 주인공이 사람인지 AI인지 구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홍채 정보 하나만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인증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지문보다 더 고유 패턴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진 홍채 인식이지만 여전히 복사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2014년 독일의 한 해커 단체는 구글에서 검색한 고화질 사진과 3D 프린팅 기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홍채를 복제해 공개한 바 있다. 2017년 또다른 해커 단체는 삼성전자의 레이저 프린터로 뽑은 눈동자 사진과 콘택트 렌즈 만으로 간단히 홍채인식 보안을 뚫는 1분 16초 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홍채 인식 보안이 얼마나 뚫기 쉬웠는지 직접 시연해 보였다.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전세계 14개국에서 월드코인 초기 온보딩 참가자들을 인터뷰 했는데, 그 결과 참가자들이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고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더 많은 개인 정보가 취합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EU 의 GDPR은 매우 엄격해 위반시 막대한 배상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월드코인은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채 그저 별 일 아니라고 둘러대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홍채 정보 암시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월드코인을 모으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캄보디아, 케냐같은 개도국 들에서 불법적으로 사람들의 홍채 정보를 모아서 공짜 월드코인을 받는데 쓴다. 이쯤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생체 인식을 통한 신분증을 발급한다는 월드코인의 사업모델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을 관리하며 신분증을 발급해 주는 일은 정부가 한다. 국민 개개인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권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UN에 가입된 전세계 195개의 정부가 모두 이 일을 잘 하고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막대한 권력을 지닌 정부라는 주체가 그나마 195개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상 최고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정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어떤일이 발생하는지는 이미 나치즘과 구소련의 붕괴가 증명했다. 단 하나의 기관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생체정보를 취합하여 신분증을 발급, 관리하는 세상은 진보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다. 오만한 착각 샘 올트만은 이번 방한 중 한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가 마련한 행사에서 "AI로 창출된 가치를 재분배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UBI는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2~3배 높여줄 것"이라며 "인간에게 자유와 유연성을 주면 스트레스를 덜 받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샘 올트먼의 월드코인이 선사할 보편적 기본소득의 개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월드코인을 통한 보편적 기본소득은 사실상 개인의 개인정보와 홍채 정보를 담보로 주는 '보상'에 불과하다. 개인정보를 교환하는 형태의 기본소득이 아니라, 오직 실제 가치 창출에 기반을 둔 보편적 기본소득이 더 바람직하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이미 민주적인 가치 분배 효과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오직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의해서만 오르며, 사람들은 그 가치를 정부나 권력기관의 영향에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란 개념은 공공재와 같이 모든 이들에게 균등하게 나눠질 수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그러한 특성을 더욱 잘 만족시킨다. 또한 비트코인은 신원을 확인하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더욱 보장된다. 비트코인이 추구하는 원칙 중 하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정성'이다. 이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핵심 원리와도 부합한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도 비트코인은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이 노력하여 창출한 부와 가치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결국, 보편적 기본소득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개인정보와 맞바꾸는 보상 형식의 월드코인이 아닌, 자유롭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비트코인이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샘 올트먼의 월드코인이 추구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오만한 착각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